제주4.3 국가손배소 ‘일부 승소’ 판결에 4.3도민연대 “상급 법원 항소할 것”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류호중 부장판사)가 지난 7일 4.3생존수형인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24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4.3도민연대가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4.3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8일 입장문을 통해 “73년 전 4.3군법회의를 떠올리게 하는 제주지방법원의 시대착오적 판결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구금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원고 개인별 주장 대부분은 받아들이지 않고 일률적인 금액을 배상토록 했다.

또 이미 불법 구금 등에 따른 형사보상금을 받은 원고와 관련, 지급 예정된 손해배상금보다 형사보상금을 적게 받은 사람에게 차액만 지급하도록 했다.

4.3도민연대는 “재판부는 앞선 형사보상청구 소송에서 확인된 사실들은 인정하면서 청구한 보상금은 단호히 묵살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심재판 공소기각 판결에서 확인된 수형희생자들의 영장 없는 불법 구금, 전기고문 등 가혹 행위와 형무소 구금은 불법 행위로 규정됐고 국가는 형사보상금을 지급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희생자들이 적시한 불법 행위에 대해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는 희생자들이 출소한 이후 전과자로 낙인, 빨갱이 소리를 듣고 명예훼손을 당하며 살아야 했던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볼 수도 없었고 심지어 자식들도 연좌제 피해를 겪었다. 느닷없는 불법 체포로 인한 피해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묵살했다”고 피력했다.

4.3도민연대는 “잡혀간 사람도 고통스럽지만 남은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나”라면서 “4.3초토화 과정에서 불타버린 집과 재산상 손실의 경우 역시 모두가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증거 부족으로 판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없는 집에서 남은 가족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재판부는 고려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다고 했고,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되지 않는단다”며 “이 같은 4.3의 진실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도민들은 4.3 이후 극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국민 성원에 힘입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현 정부의 노력에 의해 4.3은 대한민국 역사가 됐다”며 “이 상황에서 제주지방법원의 판결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4.3당시 불법계엄령에 의한 군법회의를 연상케 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어느 정치가의 발언 같이 느껴졌다며 진실이 아닌 정무적인 근거로 판결한 것은 과오라고 지적했다.

4.3도민연대는 “손해배상 범위는 4.3의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4.3희생자 수가 많아 희생자 사이 형평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정치가의 발언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인들이 정무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4.3국가손해배상 범위를 규정하고 판결한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민주적 권위를 실추시킨 독단이자 과오”라고 쏘아붙였다.

또 “재판부는 4.3손해배상 범위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선례를 참고했고 불법 구금의 경우 길고 짧음이 있지만, 형사보상으로 차등 지급됐다며 요구를 묵살했다”라면서 “4.3과 한국전쟁은 비교 대상이 아니며 길고 짧은 수형 생활의 고통은 형사보상으로 다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시 국민과 함께 4.3의 실체적 진실과 4.3역사 정립을 위해 상급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