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토목학회, 대선 정국서 호남-제주 고속철 사업 이슈화 논란

제주~목포 해저터널 예상도. 그래픽=한국교통연구원
제주~목포 해저터널 예상도. 그래픽=한국교통연구원

유력 대선 주자도 뒤로 한 '제주 해저터널' 이슈가 뜬금 없이 소환됐다. 개발세력을 중심으로 한 시각으로 제주지역 여론을 무시한 일방적 논의 구조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대한토목학회는 최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 캠프에 전달할 '20대 핵심 빅 프로젝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의 사업이 포함됐고, 가장 전면에 내세운 사업은 호남-제주 고속철도 사업이었다.

사업비 약 16조8000억원을 들여 목포-해남 지상 66㎞, 해남-보길도 교량 28㎞, 해저터널 73㎞ 등 총 167㎞의 철로를 건설해 전남과 제주를 잇는 내용의 해저터널 사업은 이미 제주지역에선 헤묵은 이슈다.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 2007년 처음 언급됐지만, 경제성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했다. 2010년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당시 비용대비 편익(B/C)이 0.84로, 최소한의 기준인 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며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특히, 제주가 제2공항으로 방향을 설정한 이후에는 적어도 지역사회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해저터널이 연결될 경우 유동 관광객으로 인해 간접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호남권에서만 간헐적으로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곤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조차 최근에는 해저터널 사업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전남지사 당시 해저터널 의제를 끌고 간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국무총리 시절에도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도 지난달 18일 대선 경선을 앞두고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해저터널과 관련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주민들의 동의를 아직 얻지 못해 일단 보류했다. 시기를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거리를 뒀다.

섬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제주는 해저터널이 연결될 시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역사회의 대다수 여론도 곱지 않다.

결국, 대선 정국에 편승해 사업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입게 될 제주도민을 무시한 채 개발세력을 중심으로 군불만 지피는 형국이다.

극심한 찬반 갈등을 겪고 있는 제주 제2공항도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해저터널 논의는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도민사회를 또 한번 갈등 구도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간혹 해저터널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지만, 제주도 입장에서는 정식으로 보고된 것도 없고, 다루는 사안도 아니다.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랄 것도 없다"며 "현재는 제2공항 추진 여부가 관건"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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