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호텔 정문 앞, 궂은 날씨 속 매각반대 총력결의대회…사측과 일부 마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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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는 13일 오전 11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호텔 매각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대한항공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주)가 지난 9월 1일 국내 모 업체와 제주칼(KAL)호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매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칼호텔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이하, 칼호텔노조)는 13일 오전 11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도민 300여 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매각 시도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개인 이윤 창출 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말 없이 일방적인 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진그룹이 추진하는 매각 대상은 제주시 이도1동 제주칼호텔 부지 1만2525.7㎡와 연면적 3만8661.7㎡의 지하 2층, 지상 19층 건물 전체다. 

칼호텔노조는 앞선 12일 제주도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도민 고용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도의회 역시 고용승계 없는 매각 방침에 유감을 표한다며 사회적으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들 단체는 △㈜한진칼의 고용보장 없는 제주칼호텔 매각 저지 △‘고용보장 없는 제주칼호텔 매각반대 결의문’ 채택 △부동산사모펀드의 투기적 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제주칼호텔 용도변경과 주상복합아파트 인·허가 저지 등을 도의회에 요청했다.

칼호텔노조는 총력결의대회에서 “오늘 우리는 분노를 넘어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1974년 오픈 이래 조합원, 연대 단위가 호텔에 모여 살려달라고 외쳐보기는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 서귀포지회 조합원은 “8년 전 육지 고향을 떠나 제주도에 와서 제주관광 호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칼호텔에 취업했다는 자부심을 가졌다”며 “그만큼 누가 되지 않게 진심으로 열심히 일해왔는데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렸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사측과 함께 극복하기 위해 연차 소진, 임금동결, 지급유예 등 할 수 있는 고통 분담을 불만 없이 다해왔다”며 “그런데 이제 우리보고 길거리로 나가라고 하니 하루하루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분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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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칼호텔노조원들이 비옷을 입고 나와 호텔 정문 앞에서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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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고 있는 칼호텔노조의 한 참가자. ⓒ제주의소리

칼호텔노조는 “그만큼 우리는 절박하기에 이 자리를 통해 함께 살자는 투쟁을 결의하려 한다”며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은 노동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밀실에서 부동산 투기자본에 칼호텔을 매각하는 MOU를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1969냔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뒤 제주도 항공권을 장악하고 관광자원을 이용해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라면서 “도민의 소중한 자산인 지하수와 제동목장 등을 이용해 사주들은 사적 먹거리를 착취하고 부를 누려왔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도민의 자산을 강탈하며 부를 누렸던 조 회장이 이제 와 배은망덕하게도 개인 이윤을 목적으로 칼호텔을 매각하겠다고 한다”며 “300여 명의 칼호텔 노동자들은 개인적 이윤 창출 목적의 칼호텔 매각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매각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이번 결의를 사측은 절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면서 “도민의 아들딸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강제매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칼호텔노조는 고용보장 없는 칼호텔 매각을 중단하고, 경영상 이유로 매각하는 것이라면 호텔영업을 지속할 건전한 매각을 약속함과 동시에 고용보장협약서를 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은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고 있다. 밀실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고용보장과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며 “조합원과 도민 모두의 마음을 담아 강력하게 경고컨대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력결의대회가 시작하기 전 사측 관계자가 호텔 정문 앞에서 대회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노조 측에 항의하자 노조 관계자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등 충돌이 일었다. 

이에 사측은 영업방해 등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영상 녹화를 통한 채증을 시작하자 노조가 거세게 항의하며 마찰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노조가 집회 제한 인원을 넘긴 것에 대한 방역법 위반 혐의와 영업방해 신고 등 관련, 조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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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가 시작하기 직전 사측과 노조 간 일부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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