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88) survival 생존

sur·viv·al [sǝrváivəl] n. 생존(生存)
혼듸 놀구정 헌 열망 때문일까?
(함께 놀고 싶은 열망 때문일까?)

survival은 sur- ‘--의 너머(=beyond)’와 vive ‘살다(=live)’의 결합이다. 이 vive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viva ‘만세’, vivid ‘생생한’, vivacious ‘활발한’, vital ‘생명의’, vitamin ‘비타민’ 등이 있다. survival의 어원적 의미는 ‘보통 삶 너머의 극단적 삶(extreme life)’이다. 단순한 ‘생존’이라기 보다는, 생명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어 멸망한다는 영국의 철학자 스펜서(1820-1903)가 제창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에서의 ‘생존’에 가까운 말이다.

사진=넷플릭스(NETFLIX) 공식 사이트 갈무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적 규제가 함께 하는 놀이에 대한 팬데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고립감과 갑갑함,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넷플릭스(NETFLIX)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오징어 게임’이란 한국 드라마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globally)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각국으로 공개된 이 드라마는, 과거에도 K-드라마가 해외에서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second to none) 정도로 독보적인(incomparable) 기록들을 세워가고 있다. 드라마 구성은 단순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많은 돈이 절실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survival game)에 참가하여 마지막까지 남은 승자가 거액의 상금을 갖는다는 이야기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Parasite)’에서처럼 이 드라마도 경쟁 사회(competitive society)로부터 밀려나 막다른 골목(a dead end)에 처한 게임 참가자들을 통해 자본주의(capitalism)의 비극적 잔혹함(tragic cruelty)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흥미 위주의(for the sake of arousing the interest)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세계인들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회비판적인(socially critical) 내용이나 반전을 거듭하는(repeating reverse) 구성보다도 그 서바이벌 게임에서 사용되는 ‘놀이(game)’였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중년이라면 누구나 동네 친구들과 해보았을 딱지치기,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만들기, 줄다리기, 오징어와 같은 놀이들이 향수(nostalgia)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이런 놀이들은 그 규칙이 단순하고, 특별한 놀이 도구가 필요 없고, 신체 활동을 통한 협동놀이(cooperative play)라는 성격을 띤다. 이 드라마에서의 참가자들은 팀을 만들어서 이러한 놀이를 통한 시합을 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팀만이 다음 단계로 진출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각자 어린 시절의 오래된 기억(old memory)을 떠올리며 상대 팀을 이길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put heads together) 고민을 하는데, 보다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우리의 어린 시절(childhood)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pandemic)이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로 인해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갑갑할(feel stuffy)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며 성장하듯이, 나이 든 어른들도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교감하며 지내야 정상적인 건강(normal health)이 유지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 이 드라마에 나온 놀이를 따라 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spread like a trend). 파리에서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나온 놀이를 체험하는 공간이 생겼고, 드라마에 나온 의상은 아마존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그렇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적 규제(long-term regulation)가 함께 하는 놀이에 대한 팬데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고립감(feeling of isolation)과 갑갑함,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longing)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 분출(eruption)되고 있는 것이다. 아 옛날이여, 아 그리운 놀이들이여.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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