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김재윤기념사업회 16일 서귀포기적의도서관서 시비 제막식 개최

어머니의 손
김재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어머니는 내 손을 꼬옥 잡아 주셨죠
키가 크고 또 클수록 
어머니 손을 잡는 게 어색했어요
한동안 어머니 손을 잡지 못했죠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의 손을 잡았어요
여든여섯 살이 된 어머니의 손
어머니 손을 펴 보니
어머니 손바닥에 별이 가득했어요
수많은 세월이 별이 되었어요
무정한 세월과 다투지 않고
이 언덕 저 언덕을 쌓았어요
세상과 싸우지 않고
세상을 그저 살았어요
빛도 어둠도 함께 살았어요
별이 되어도 여전히 아픈 손
여전히 슬퍼도
한결같이 빛나는 손

지난 6월 29일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故김재윤 국회의원. 그가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던 서귀포기적의도서관 마당에 고인이 남긴 시비가 세워졌다.

사단법인 김재윤기념사업회(이사장 서명숙)와 서귀포문인협회(회장 안정업)가 공동 주최하고 동홍동주민자치위원회와 동홍초 학부모운영위원회가 후원한 김재윤 시인 시비 제막식이 16일 오후 3시 서귀포기적의도서관에서 열렸다. 

16일 서귀포기적의도서관에서 김재윤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사)김재윤기념사업회.ⓒ제주의소리
16일 서귀포기적의도서관에서 김재윤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사)김재윤기념사업회. ⓒ제주의소리

제17~19대 서귀포시 국회의원을 지낸 김재윤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년인 지난 2014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 로비' 혐의로 옥고를 치르는 시련을 겪었다.

끝내 억울한 마음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인을 위해 제주 안팎에서 모인 80명은 김재윤기념사업회를 출범했다. 사업회에는 강우일 주교,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안민석·김두관·위성곤·오영훈·송재호 국회의원, 민병두 전 국회의원, 문대림 JDC이사장, 가수 남진, 카피라이터 정철, 문윤택 제주국제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제막식은 서귀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온 무용단의 추모 공연 ‘시인의 숨결’을 시작으로 ▲시비 제막 ▲시 해설 ▲시 낭송(문상금, 고현심, 정영자) ▲기념사(서명숙) ▲취지문 낭독(양경희 김재윤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 ▲추모사(강우일, 안민석) ▲회고사(안정업, 박재형, 한기팔) ▲추모 공연(영주민속보존회) 순으로 이어졌다.

제막식과 함께 열린 창립총회에서 양경희 추진위원장은 “그는 교수이며, 책 전도사였고, 정치인으로서도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 소년처럼 해맑은 좋은 후배이고 선배이자 우리의 다정한 친구였다. 이런 우리 친구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하고자 김재윤기념사업회를 창립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김재윤문학상 시상, 좋은 도서 보급 사업 등을 고인의 생전 실천한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6일 시비 제막식에 참석한 인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6일 시비 제막식에 참석한 인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재윤 의원 사건은 뒤늦게 검찰의 기획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김 의원에 징역 3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44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형이 가중된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54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었다. 그리고 11월 12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의원직이 상실됐다. 

지난해 10월 보도된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에서 김 의원은 “입법로비라면 최소한의 입법 자료라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에게 전달할 법한데, 하다못해 이메일이나 문자 하나도 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에서는 김 의원과 A씨와의 대화 음성도 공개됐다.

통화에서 A씨는 김 의원을 향해 “짜여진 틀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이. 저 역시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녹취에서는 “저로 인해서 큰 고초를 겪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다. 용서를 구하는 게 제일 빠를 것 같아서.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故 김재윤 국회의원의 빈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故 김재윤 국회의원의 빈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고인이 떠난 뒤 가까웠던 정치권 인사들은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임에도, 1심 3년 형량에다 1년 추가해서 4년형을 선고했던 2심 판사가 감사원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그는 울분을 토하며 분개했다”며 “심지어 대통령이 되려고 감사원장을 사퇴한 것을 두고 기진맥진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남겼다.

최민희 전 국회의원도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한 것 까지 유죄로 바꿨고 실형 4년을 선고했다”며 “김 전 의원 항소심 담당판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었다”고 꼬집었다.

김광진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서울예술실용학교 총장의 횡령사건이 갑자기 야당의원 뇌물수수죄로 둔갑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의 재판에서 1심에 무죄로 본것까지 유죄로 뒤집고 실형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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