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다온무용단 대통령상 수상...도립무용단 전국무용제 첫 지원 "화합 계기"

사진=제주도. ⓒ제주의소리
제30회 전국무용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제주 다온무용단. 사진=제주도. ⓒ제주의소리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무용협회 주관 전국대회에서 제주지역이 사상 첫 최고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특히, 제주 민간 무용단과 제주도립무용단이 처음으로 협업하면서 수상했기에 의미를 더한다.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제30회 전국무용제에서 제주 다온무용단(대표 김하월)은 단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국무용제는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경연 대회로, 시도 예선대회를 뚫고 모인 각 지역 대표들이 한데 모여 실력을 겨룬다.

다온무용단은 ‘淚花(루화) 눈물 속 꽃일 피우다...’라는 작품으로 제주 예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본선에 참여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해 흘린 눈물이 우물이 됐다는 제주 고산리 ‘녹고물 전설’을 소재로 삼아, 떠나간 영혼들을 위한 진혼의 몸짓을 선보였다. 단체 대통령상 수상과 함께 최우수 무용수상(현혜연 도립무용단원), 무대예술상(조일경)도 함께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이번 결과는 첫 번째 최고상이라는 성과만큼이나 유의미한 과정으로 달성했기에 더욱 빛난다. 바로 공립 예술단체인 제주도립무용단(안무자 김혜림)과 처음으로 가진 공동 작업이다.

전국무용제가 30번째 열릴 때까지 도립무용단이 본선 진출 단체와 함께 하는 경우는 전무했다. 지금까지는 본선 진출 단체가 외부 객원 무용수를 구해서 참가해왔다. 이번에는 출연 무용수 절반(11명)을 도립무용단원으로 채웠고, 김혜림 안무자가 연출자로 나섰다. 전국무용제는 본선에서 무용수를 일정 비율로 객원 혹은 전문무용수로 채울 수 있게 규정해 놨다.

단원들은 일과를 마치면 저녁부터 다시 모여서 전국무용제를 준비했다. 이름만 내거는 정도가 아닌 실질적인 협업 과정을 거친 셈이다. 여기에 이번으로 네 번째 전국무용제 도전에 나서는 김하월 대표가 심기일전 하면서 밑바탕이 됐다.  

이와 관련해 최길복 한국무용협회 제주지회장은 “지금까지 전국무용제 본선에 참가하면서 도립무용단이 참여한 적이 없었다”면서 “김하월 대표가 단단히 각오를 하고 투자도 아끼지 않으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여기에 김혜림 안무자가 예술적 감각을 잘 발휘해주면서 제주 무용계의 큰 일을 달성했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지회장은 “도립무용단은 정기 공연이나 찾아가는 공연 이외에 도민 사회나 지역 예술계와 함께 하는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없었는데, 그들이 이런 역할을 해주는 모습은 제주 무용계 뿐만 아니라 도민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혜림 안무자는 “협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전국무용제 제주 예선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물꼬를 텄지만, 제주도립무용단에 오면서부터 무용단이 가진 30년 역량을 더 많이 알리고 지역에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무용계는 공공, 민간 가리지 않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김 안무자는 “본선대회 심사위원들은 민관이 손잡은 제주 참가팀이 지역 무용 발전에 이바지하는 전국무용제 취지에 걸맞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호평했다”면서 “그리고 대통령상 수상만큼이나 도립무용단원들과 다온무용단 무용수들이 춤보다 마음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 젊은 무용단원들도 더 열린 마음들이 생겼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제주도립무용단에서 상임안무자로 있는 동안, 전국무용제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무용계를 위한 방법을 계속 찾겠다”고 전했다.

최우수 무용수상을 수상한 현혜연 단원은 “9월 초부터 약 한 달 정도 연습에 매진했는데, 준비 기간이 짧아 퇴근하고 나서 늦게까지 연습했다. 저녁에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상을 반복하다보니 일주일이 하루 같이 흘렀다”고 준비 과정을 돌아봤다.

제30회 전국무용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제주 다온무용단의 ‘淚花(루화) 눈물 속 꽃일 피우다...’ 공연 장면. 사진=제주도. ⓒ제주의소리
제30회 전국무용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제주 다온무용단의 ‘淚花(루화) 눈물 속 꽃일 피우다...’ 공연 장면. 사진=제주도. ⓒ제주의소리

특히 “도립무용단 안에서 지내다보면 확실히 무용단 밖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가 쉽지 않다. 소화해야 할 일정도 빡빡하기 때문”이라며 “전국무용제를 준비하면서 제주에서 함께 무용 예술에 몸담고 있는 분들과 교류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피력했다.

이번 경연에서 도립무용단 11명은 주로 20대 젊은 무용수로 구성했고, 다온무용단은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모였다. 서로 기량은 다르더라도 안무를 맡은 김하월 대표가 각자 역할에 맞는 동작을 만들면서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

김하월 다온무용단 대표.

한국무용협회 서귀포지부장을 함께 맡고 있는 김하월 대표는 “도립무용단원들은 예의 있게 행동해주고, 원로 무용수분들도 젊은 무용수들을 딸처럼 배려해주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 역시 이러한 우호적인 관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김혜림 안무자, 부재호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이 결심해주지 않았다면 대통령상이라는 결과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도 도립무용단 출신으로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번 수상과 협업 과정이 제주 무용계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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