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유산축전에서 선보인 성산일출봉 암벽 빔 영상. [사진제공-제주도]
2020년 세계유산축전에서 선보인 성산일출봉 암벽 빔 영상. [사진제공-제주도]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어지면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제주 성산마을 주민들이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성산일출봉 벽면을 대형 암벽 스크린으로 상시 활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문화재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일 제주도와 성산리에 따르면 성산일출봉 영상미디어 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해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타당성 정밀 검토 용역이 이뤄지고 있다.

야간 영상미디어 시스템은 일출봉 동측 암벽에 축구장 크기에 맞먹는 가로 120m, 세로 80m 사이즈의 빔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영상 프로젝터를 갖춘 너비 6m 규모의 '함체용 컨테이너'를 설치해야 한다.

컨테이너와 기초 콘크리트 작업, 전선 지중화, 빔 프로젝트 9대, 대형 스피커 4대 등을 갖추는 데 필요한 예산만 42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출봉 영상미디어 사업은 2018년 법정계획인 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활용 종합계획 논의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2019년 10월 제주도에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2016년 7월 사드(THAAD)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限韩令)으로 한해 340만명에 달하던 관광객이 1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야간관광 활성화에 대한 주민들의 요청이 거셌기 때문이다.

성산일출봉 전경.
2020년 세계유산축전에서 선보인 성산일출봉 암벽 빔 영상. [사진제공-제주도]
2020년 세계유산축전에서 선보인 성산일출봉 암벽 빔 영상. [사진제공-제주도]

일출봉 영상미디어는 성산일출제와 세계유산축전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세계유산축전에서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일출봉 벽면을 빔 스크린으로 활용했다.

제주도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0년 6월 기본 설계 및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6월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심의를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인 빔 사용은 자연유산 보존과 경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올해 6월 제주도에 현상변경 심의 불허를 통보했다.

제주도는 이에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일출봉 영상미디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정밀검토를 의뢰하고 11월 결과가 나오는대로 문화재청과 재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임영철 성산리장은 “일출봉 야간 영상은 법정계획인 세계문화유산계획에서 언급됐고 이미 성산일출제 등에서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던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성산은 주간에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여서 야간관광을 위해 사업을 제안했다”며 “문화재청이 끝내 불허하면 어촌테마를 활용한 야간 관광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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