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제 76주년 경찰의날, 강영철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계장

“형사는 검거 과정에서 부상도 당하고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피의자들을 검거했다는 쾌감과 도민 안전과 생명을 위해 보탬이 됐다는 보람 하나로 버팁니다. 그런 자부심이 없었다면 일찍이 형사를 그만뒀겠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각종 범죄 현장 최일선에서 피의자를 붙잡기 위해 힘을 쓰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사들. 몸싸움 과정에서 다치기도 하고 밤을 지새우는 잠복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죄 피의자를 붙잡아 추가 범행에 따른 피해를 막고 벌을 받게 하기 위한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있다. 

21일 제 76주년 경찰의날을 맞아 형사를 천직의 삶으로 살아온 강영철(57)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계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강영철 형사계장은 지난 1990년 5월 경찰에 입문한 뒤 30여 년째 형사로 근무하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온 든든한 파수꾼이다. 

30여 년 가까이 제주 경찰로 도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강영철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계장. 믿음직한 경찰이 되기 위해 몇년 남지 않은 경찰 생활을 잘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30여 년 가까이 제주 경찰로 도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강영철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계장. 믿음직한 경찰이 되기 위해 몇년 남지 않은 경찰 생활을 잘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강 형사가 경찰을 꿈꾸게 된 것은 고향 마을에서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벌어진 중학생 시절이다. 당시 그는 마을을 찾은 형사들이 곳곳을 누비며 고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이 되겠다 마음먹었다.

도민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니며 조사하던 형사들의 모습은 그에게 동경심을 품게 했다.

학창시절 내내 경찰이 되겠다는 마음을 품었던 강 형사는 군 복무 역시 의무경찰로 지원했고, 제대한 뒤 시험을 통과해 그토록 바라던 경찰에 투신하게 됐다. 제주시 구좌읍 파출소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중앙파출소를 거쳐 형사계에 입문했다. 

간절히 바랐던 목표였기 때문일까, 그는 입문한 지 5년 뒤인 1995년 경장을 달고 또 5년 뒤인 2000년에는 경사로 특진했다. 전국 1등을 달성하는 등 범인 검거 유공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형사 생활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그에게 힘든 점은 없냐고 물으니 “도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니 정작 가족들과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해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쉬는 날 가족들과 함께 놀러 가려고 할 때마다 사건이 발생해 급하게 출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단다. 그러다 보니 쉬는 날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낯선 일이 됐다. 

그는 “요즘은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예전에는 쉬다가도 비상이 걸려 현장에 나가는 등 늘 바쁘게 살았다”며 “돌아오면 피곤해 잠자고 난 뒤 또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라고 회고했다.

기억나는 사건이 있냐고 물으니 “1990년대 초 산지천 인근 여인숙에서 사건이 벌어진 적 있다. 현장에서 아무 증거도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던 도중 평소 순찰을 돌며 만난 지역주민들에게 물어보다 보니 실마리를 찾게 됐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피의자의 인상착의를 듣고 주거지로 추정되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를 말 그대로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범인을 붙잡았다”며 “초임 때 산지천 일대에서 근무하며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잘 맺어둔 덕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다”고 말했다.

또 2012년경 제주에서 시가 1억 상당의 접지케이블을 훔친 일당을 검거한 사건이 기억난다며 이야기를 이었다.

강 형사가 서부경찰서에서 근무하던 2012년, 중산간 일대의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접지케이블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타지역 출신 피의자들은 인적없는 중산간 지역만 노려 전선을 잘라 훔쳤다. 2012년 11월께부터 제주 해안동, 절물, 어승생 등 333개 전주에서 총 길이 15km, 시가 1억 원 상당의 동전선을 훔친 혐의다.

이들이 훔친 접지케이블은 전주에 설치돼 있지만, 평상시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다가 낙뢰나 누전 등으로 이상전압이 발생했을 때 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전선이다. 

밤에 인적이 드물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중산간 일대에서 접이식 사다리로 전주에 올라 절단기로 전선을 절단한 뒤 차량으로 운반, 창고에 뒀다가 육지로 옮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훔친 전선을 미리 임대한 해안동 농장의 빈 창고에 보관했고 동선 1000kg을 차량을 이용해 도외로 반출, 고물상에 팔았다. 해당 사건은 당시 순찰 중이던 한전 직원이 절단된 전선을 발견하고 경찰에 통보하면서 범행 사실이 알려졌다.

강 형사가 늘 차고 다니는 수갑. 그는 수갑을 차고 도내 곳곳을 누비며 범인을 검거하는 등 오랜 형사 생활을 통해 도민 파수꾼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강영철 형사계장이 분신처럼 늘 차고 다니는 수갑. 그의 오른쪽 허리춤에 늘 차고 다니는 수갑은 그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 현장에서 도민을 지켜온 파수꾼으로서의 상징 같은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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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접지케이블 절도단의 범행 현장. 전선 일부가 잘려 나간 흔적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강 형사는 “당시 범인을 붙잡기 위해 집요하게 주변 탐문과 잠복 수사를 이어갔다. 피의자가 범행에 이용한 차량을 발견하고 내부 숙박업소 열쇠를 찾아낸 뒤 잠복 끝에 숙소에 숨은 피의자를 붙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에 가담한 범인을 붙잡기 위해 도외 출장까지 나가면서 일망타진했고 6명을 구속시켰다”며 “피의자 전원 타지역 사람이었고 사건 자체가 워낙 커 기억에 남는다. 그때 도외로 반출된 전선만 12톤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가슴아픈 사건이 있냐고 물으니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마음 쓰인다고 했다. 범인 검거율은 높지만 피해금 회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평생 모은 돈을 잃어버리는 분들도 있다는 것.

그는 “지난 8월부터는 보이스피싱 전담추적팀을 통해 대부분 검거가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 대부분은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고 피해금 회수가 잘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현금 수거책을 검거해도 이미 중국 등 해외로 돈이 빠져나간 상태여서 회수가 쉽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경찰 공무원이자 형사로서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온전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요즘은 피해자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사 근무를 계속하는 이유를 물으니 “형사라는 직업이 범인을 검거하다 보면 부상도 당하고 위협을 받는 등 위험 부담이 높지만, 도민을 괴롭히는 범인을 검거하고 나서의 쾌감이나 보람, 사명감으로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답변을 마친 강 형사는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 하고 싶다며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고 섬길 수 있는 경찰이 돼야 한다. 국민을 섬긴다는 자세로 끝까지 도민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어영부영해서는 안 된다. 시대가 많이 변했고 국민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많이 배워야 한다. 사소하더라도 현장에 나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믿음직한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경찰 생활을 마쳐야 하는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형사 생활을 오랫동안 했으니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싶다”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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