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나들목 건들개, 다시 피다] (1) 건입동마을협동조합 만든 이유? “스스로 해결책 찾는다”

22일 열린 제주시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 ⓒ제주의소리
22일 열린 제주시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 ⓒ제주의소리

10월의 네 번째 금요일 저녁, 제주시 건입동 마을 경로당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진중하게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창립총회의 마지막은 박수로 마무리됐다.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이전부터 마을주민들의 기대감을 받으면서 지난 5월 발기인으로 46명이 모였다. 이 정도의 발기인 규모는 전국 여느 마을협동조합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편이다. 이사장 선거에서도 출마자 두 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사장이 된 강두웅(69)씨는 “건입동은 제주의 관문이면서 자연자원이 풍부한 곳이지만 노후된 주거환경과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젊은 세대가 많이 떠나갔다”며 “이대로 바라보고 있으면 안되겠다,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주민들이 3년전부터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꾸리고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댄 이유다.

건입동의 옛 이름은 ‘건들개’. 고대부터 탐라국의 중요한 포구로 입출항의 중심 포구역할을 했다. 타 지역의 배가 오고가는 교역의 핵심지였다.

깊은 역사를 지닌 곳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990년대 이후 지역 상권이 쇠퇴되고 인구유출과 고령화가 심화됐다. 1990년대 초 1만4000명이 넘었던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2018년에는 1만명이 무너졌다. 2020년 기준 인구는 9325명이다. 제주 전체 인구가 1991년 52만여명에서 작년 69만여명을 기록할 정도로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림자는 더욱 짙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건입동이 최종 선정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지원 조직인 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최대한 자발성을 존중하기 위해 서포터의 역할만 했고 주민들은 적극적인 동참으로 화답했다. 

이미 자원순환마을을 목표로 재활용 재봉과 퇴비 키트 교육이 진행중이고, 낡은 집수리를 도와주는 소소한 집수리 프로젝트도 마을 주민들이 운영 중이다. 

1900년대 초 산지포구 전경. 산지천 하류의 돛배들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이 정겨워 보인다. 건입동은 과거 산지항을 통해 제주의 어로활동과 상거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00년대 초 산지포구 전경. 산지천 하류의 돛배들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이 정겨워 보인다. 건입동은 과거 산지항을 통해 제주의 어로활동과 상거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라봉에서 바라본 제주시 건입동 일대. ⓒ제주의소리
시월의 오후, 사라봉에서 바라본 제주시 건입동 일대 전경. ⓒ제주의소리

이제 닻을 올린 마을관리협동조합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노인들의 질병과 빈곤에 대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생활복지 워크샵을 운영하고, 마을공동체통합복합센터에 아이와 치매노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주민들이 운영할 계획이다. 빽빽한 주거공간이 몰린 탓에 마을은 공원이나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는데 자투리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골목길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마을 곳곳에서 사랑방이 살아나는 경험이다. 주민들이 연결되면서 ‘주민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내는 생활문화공동체’가 되는 것이 협동조합의 지향점이다. 

강두웅 이사장은 “처음엔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좋아하고 있다. 활력이 생겼다”며 “돌봄, 여가, 소통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통해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마을이 변화하면서 젊은세대들이 다시 찾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거듭 바람을 밝혔다.

김외솔 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주민들은 많은 시간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단단하게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해왔다”며 “이 협동조합은 ‘속도’보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잘 담는 ‘그릇’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두웅 씨. 협력하며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꿈꾼다. ⓒ제주의소리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두웅(69) 씨. 협력하며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꿈꾼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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