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문학관 개관 기념 학술 세미나 개최...“재정, 인력, 기획...삼박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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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도립 제주문학관이 제주 문학 연구의 산실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도민들의 발길이 부담 없이 이어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개정, 기획이란 핵심 요소가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22일 열린 세미나 ‘제주문학의 어제와 내일’은 23일 정식 개관에 앞서, 제주문학관의 역할을 공론화하기 위한 자리다. 

제주문학관은 제주시 도남동(연북로 339번지)에 위치해 있다. 제주문학관 운영의 근거가 되는 ‘제주문학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보면 ‘제주도의 문학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제주문학사를 정립하고 제주의 문학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상 4층 건물에 상설·특별전시실, 세미나실, 창작 공간, 북카페, 대강당,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는 문학 전공 학예사를 포함해 관리 인력 4명을 문학관에 배정한 상태이며, 명예관장은 극작가 겸 소설가 강용준이 임명됐다. 강 명예관장은 제주문학관 개관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운영위원장도 맡으면서 초기 안정화에 매진한다.

세미나 시작을 특강으로 장식한 소설가 현기영 선생은 “제주문학의 발전은 괄목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문학적 성취도 높고 문학 인구 수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건물을 가지게 됐다”면서 “제주문학관은 일종의 형식이다. 내용은 이제 우리가 채워나가야 한다. 후배들이 열정적으로 쓴 글을 보는데, (후배들이) 좋은 문학을 만들어 문학관 공간이 풍요롭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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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세미나 특강을 진행한 현기영 선생. ⓒ제주의소리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주문학관의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저마다 입장은 달랐지만 교집합은 존재했다. 인력, 재정, 기획이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지역주민과 문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학관이 된다는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직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을 역임한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정책기획실 부장은 첫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설령 문학 작품을 읽게 만들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읽은 것과 비슷한 감상이나 감동을 느끼도록 만드는 효과 정도는 거둬야 하는 것이 문학관”이라고 규정했다.

이 부장은 한국근대문학관 운영 사례 가운데 주목할 만 한 특징으로 ▲세계문학과 적극 소통 ▲시각예술, 영화, 만화, 음악 등 타 장르, 인문학 일반과 적극 소통 ▲근대 문학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와 전통, 아동문학과 적극 대화 ▲인천의 장소성에 주목하고 인천 지역 문학과 적극 소통 ▲적극적으로 자료 수집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문학관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들을 꼽았다.

그는 “문학관 고유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확보와 적정한 관리 인력이 배치되는 것이 운영의 선결 요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학 전공의 문학 전문 인력, 기록 관리를 전공한 역사학 전공자, 시각 예술을 전공한 큐레이터 출신 인력이 배치된 인천 사례를 들었다. 이 부장은 “문학관은 상설 전시 이외에도 기획 전시, 시민 대상 교육프로그램, 각종 문학 행사 기획, 출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면서 “콘텐츠를 모두 기획해야 제작 단게 용역으로 넘어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콘텐츠 감수가 필요하다”는 고충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 전문 인력을 얼마나 기획력 있는 인재로 선발하고 그들이 안정된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가에 문학관의 연간 사업이 좌우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경상운영비와 사업비의 안정된 확보 ▲지역 오피니언 리더나 주민들의 광범위한 지지 ▲단기적으로 문학관 행사를 효과적으로 홍보 등을 성공 조건으로 덧붙였다.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을 지낸 정우영 시인은 문학관 운영의 기준 격인 문학진흥법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정 시인은 주제 발표에서 “문학진흥법 제19조(공립문학관 설립과 운영)의 2항을 근거로 문학관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들은 세세하게 조례에 담아둬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데 그 근거는 조례에서 나온다. 설령 지자체장이 바뀐다고 해도 조례를 개정하긴 쉽지 않으므로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던졌다.

문학진흥법 제19조 2항은 ‘제1항에 따른 공립문학관의 조직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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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개관 기념 학술 세미나 모습. ⓒ제주의소리

정 시인은 “지역의 공립문학관이든 사립문학관이든 간에 문학적 고유성을 띄지 않으면 위상을 제고하기 어렵다”면서 “문학관만의 독자적인 고유성이 생명이다. 그게 있어야 제대로 된 기획과 운영이 가능하다. 살아남고자 한다면 허울만의 문학관은 지우고 무엇보다 먼저 그 자체의 고유성을 정체성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문학관 설립 과정에 참여한 바 있는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제주문학관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지역문학박물관(전시관, 기념관) ▲지역문학연구의 거점 분담 ▲문학 행사, 교육, 모임의 구심이다.

김 교수는 “일반인과 학생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창작 교실, 문학 강연, 문학 세미나, 시화전, 시낭송회, 문학의 밤 등 다양한 문학 행사들이 평소 자주 열린다”면서 “제주문학관은 문학인과 문학 애호가들을 비롯한 도민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불러들여야 한다”고 중요시했다.

김 교수는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함께 소개했다. 재정, 인력, 상호협력과 차별화 전략이다. 특히 향후 임명할 관장과 학예연구 총괄 팀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형 공모제를 시행함으로써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 관장을 위촉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사실상 제주문학관을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인력은 학예연구 총괄 팀장”이라고 꼽았다.

또한 “학예연구 총괄 팀장은 제주문학을 전공한 박사급 인력이 필수다. 당장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계약직으로라도 채용해야 한다”면서 “실질적 권한의 관장 공모보다도 더 시급한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은 문학관 관리자의 윤리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들었고, 다른 토론자인 이은봉 대전문학관 관장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시 확산 시민운동’을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양전형 시인은 토론에서 “문학관의 시각예술 확대 경향과 함께 수집·보존·열람·이용·연구·전시·교육·교류 등 문학관의 기본 기능 속에서 수집 기능을 강화해 지역 문학과 지역 문인들의 작품집 대다수를 모아 놓고 전시 속이든 전시 외의 휴식 공간이든 문학 본연의 책 읽기 기능을 강화함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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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상설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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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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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전시장에서 소개하는 제주어 문학.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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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전시장에서 소개하는 4.3문학.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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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별 제주문학의 변화도 한 눈에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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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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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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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1층 로비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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