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확진자 3천여명...단계적 일상회복 앞둔 제주, 지역특성 대책 과제

코로나19 펜데믹 초창기, 미처 대비되지 못했던 제주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롯해 확진자의 동선까지 적지 않게 피해를 보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코로나19 펜데믹 초창기, 미처 대비되지 못했던 제주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롯해 확진자의 동선까지 적지 않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긴 터널과 같은 시간 끝에 대한민국은 이제 일상으로의 회복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이달초 출범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 등 분과를 나눠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데 분주하다.

그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중증 환자관리에 집중하는 방역체계를 의미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이르면 오는 11월 8일 시작된다. 위드 코로나에 가장 주효하게 작용되는 지표인 백집 접종 완료율이 23일 오후를 기준으로 70%를 넘어서면서다.

제주사회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24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누적 1차 접종자는 52만8734명으로 전체 도민의 78.4%, 접종 완료자는 45만9456명으로 전체 68.1%로 집계됐다. 2주 정도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하면, 이번 거리두기가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

잔인한 감염병이 제주섬으로 흘러든 2020년 2월 이후 만 1년8개월 간 지역사회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남아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급작스런 위기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일쑤였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순간마다 고비를 넘어서는데는 스스로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 온 도민사회의 저력이 발휘됐다.

◇ 펜데믹 초창기 멘붕 빠진 지역사회...공포의 '확진자 낙인'

설마하던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2월 21일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던 대구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해군 장병 A씨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도민사회도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당시만하더라도 방역과 관련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때라 A씨의 일거수일투족은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군 부대에 들어가기까지의 동선은 물론, 1차 검진과 2차 검진 결과, 입원 시기와 퇴원 날짜까지 고스란히 입방아에 올랐다.

이튿날 발생한 두번째 확진자도, 열흘 뒤 발생한 세번째 확진자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확진자의 추이를 눈으로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제주도 방역당국이 공언한 '투명성'은 양날의 검이 돼 과도한 영역 침범이라는 딜레마를 낳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소문이 번진 병원이나 마트, 식당은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이 타격으로 인해 문을 닫는 가게까지 생겼다. 심지어 해당 동네마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까지 했다. OO마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니 옆 마을 목욕탕과 식당에서 'OO마을 사람들은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써붙인 사건은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좁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확진자의 신상도 빠르게 공유됐다. 사안에 따라 개인의 부주의 탓도 있었겠지만, 불가항력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 또한 한순간에 죄인이 됐다.

그만큼 코로나19의 공포는 막대했다. 지금으로선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현상이었지만, 불과 1년 반 전의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지역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지역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확진자 수 수백명씩 껑충...집단감염에 속수무책

극도의 주의가 동반된 제주의 방역은 나름의 선방을 이어갔다. 

2020년 2월 2명의 확진자에 이어 3월엔 7명, 4월 4명, 5월 2명, 6월 4명, 7월 7명 등 한달 확진자 수가 한 자릿 수를 유지했다. 휴가철인 8월엔 20명까지 늘며 긴장을 더했지만, 9월엔 13명으로 떨어졌고, 10월에는 단 한명의 확진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십분 살린 방역대책이 주효했다. 제주공항에 설치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성공적 방역대응의 아이콘이 됐다.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도민들의 방역의식도 영향을 끼쳤다. 11월까지 발생한 누적 확진자 수는 81명이었다.

그러나, 세밑 제주는 수도권에서 시작된 대유행이 시간차를 두고 덮치며 혼란에 빠졌다. 확진자 100명을 넘어서니 그 이후는 순식간이었다. 여드레만에 200명, 다시 나흘만에 300명을 돌파했다. 종교시설과 사우나, 카페 등을 통한 집단감염이 쏟아지며 한 달만에 발생한 확진자 수가 340명에 달했다.

관광지인 제주의 특성에 따라 수도권의 대유행은 전조 증상이 되곤 했다. 2021년 1월 확진자 수는 101명, 2월 48명, 3월 57명, 4월 87명으로 안정화되는듯 하다가 5월 확진자는 다시 328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다시 행락철을 맞이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1년 넘게 억압돼 온 여행수요가 일시에 터져나오는 때로, 내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했다. 확진자 수를 늘린 것은 지역내 숨어든 집단감염이 주된 사례였지만, 방역 수용에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뼈아팠다. 

이 영향으로 6월 확진자 수는 223명, 7월 487명, 8월 860명까지 늘었다. 8월 확진자 수는 역대 최대치였다.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이 늘어난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화를 키운 요인이 됐다.

◇ 선방 이어간 제주 방역, 지역특성 살린 체계 구축 관건

갖가지 고초를 겪고 난 제주지역 누적 확진자 수는 지난 22일 기준 3050명이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도민 67만6079명의 0.45%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인구 5182만1669명 중 34만8969명(전체 0.67%)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나름의 선방을 거뒀다고 평가할만 하다. 특히 외지 관광객의 확진 비율이 높아 순수 도민 확진자의 비율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제주지역 사망자 수는 2명으로 확진자 대비 0.07%다. 전국적으로 2725명(0.78%)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에 비해 확진자 연령대가 낮았던 점이 영향을 끼쳤지만, 눈여겨 볼 결과다.

제주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유지중이다. 수치상으로는 2단계로 완화해도 무방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수도권 등 타 지역의 거리두기 단계가 3~4단계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긴장감이 해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다만, 집합금지 등의 강도 높은 조치는 철회되도 마스크 착용 등의 기본 방역수칙은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마스크를 벗어던진 후 최근 다시 확진자가 급증한 영국 등의 사례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남기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적용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일률적인 대책보다 제주 실정에 맞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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