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헥사곤. ⓒ제주의소리
사진=헥사곤. ⓒ제주의소리

제주 출신 미술평론가 방근택(1929~1992)을 조명한 평전이 발간됐다. 

‘방근택 평전-전위와 계몽을 향한 미술평론가의 여정’(출판사 헥사곤)은 방근택의 작고 30주년을 맞는 2022년을 앞두고, 그가 남긴 글과 삶의 궤적을 쫓아가며 그동안의 활동을 시대적 맥락과 미술사적 맥락에서 해석했다. 글쓴이는 같은 제주 출신 미술평론가인 양은희(스페이스 D 디렉터)다.

방근택은 제주읍 동문통에서 태어나 한림초등학교, 제주북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부산대학교를 거쳐 광주, 서울에서 활동했다.

저자는 방근택에 대해 “그동안 고향 제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미술평론가”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한국현대미술의 서막을 연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추상미술의 혁신성을 주장한 인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지난 2016년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 전시를 개최하면서 국내의 미술전문가를 대상으로 ‘한국 추상미술에 기여한 인물’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방근택은 최근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이우환 작가와 ‘한국현대미술사’(1979)를 비롯해 다수의 책과 평론을 발표해 온 미술평론가 오광수 다음으로 3위에 오른 바 있다.

사진=헥사곤. ⓒ제주의소리
방근택 미술평론가. 사진=헥사곤. ⓒ제주의소리
1960년 10월 5일 덕수궁 담벼락에서 열린 1960년대 미협전에서. 왼쪽부터 김봉태, 윤명로, 박재곤, 방근택, 이구열, 최관도, 박서보, 손찬성, 유영열, 김기동, 김대우. 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자료실. ⓒ제주의소리
1960년 10월 5일 덕수궁 담벼락에서 열린 1960년대 미협전에서. 왼쪽부터 김봉태, 윤명로, 박재곤, 방근택, 이구열, 최관도, 박서보, 손찬성, 유영열, 김기동, 김대우. 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자료실. ⓒ제주의소리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성장기부터 연대 별 삶의 궤적을 살펴본다.

근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북소학교(현재의 제주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란 방근택의 성장기 해방 공간, 1950년대 부산과 광주를 거쳐 서울의 명동 시대 중심에서 실존주의에 젖어들었던 시대, 1958년 박서보의 도움으로 미술평론가로 등단한 후 열렬하게 추상미술을 설파하며 김창열·하인두 등과 교류했던 시기, 1960년대 전위예술을 강조하며 작가의 자기 혁신과 미술평론가의 역할을 외치던 시기, 1960-70년대 반공 이념의 확산 속에서 검열과 감시에 시달리며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재판을 받았던 시기, 미술 비평에서 문예·문화 비평으로 확장한 지적 노정, 그리고 1980년대 쓴 일기에서 발견한 그의 허무주의와 시대 비판 등을 담았다.

양은희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반공법 위반, 번역서 출판 등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해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그가 남긴 주요 글들의 맥락과 의의를 살펴본다”고 평전을 소개했다.

저자 양은희는 제주출생으로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큐레이터 및 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현대미술과 미술제도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 번역서를 발표했다. 저서로 ▲22개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2017, 공저) ▲디아스포라 지형학(2016, 공저) ▲뉴욕, 아트 앤 더 시티(2007, 2010) 등이 있다. ▲개념 미술(2007) ▲아방가르드(1997) ▲기호학과 시각예술(1995, 공역)을 번역했다. 현재 스페이스 D의 디렉터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다. 

412쪽, 헥사곤, 2만5000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