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 오는 28일 강간살인 등 혐의 박모씨 선고

제주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고인 박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오는 28일로 다가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2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장기미제 ‘보육교사 피살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일 경우 새로운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대법원 제2부는 오는 28일 오전 10시15분 강간살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51)씨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씨를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리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09년 1월31일 집을 나선 피해자 이씨는 제주시청 인근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이튿날 오전 3시5분쯤 제주시 용담동에서 콜택시를 호출한 뒤 자취를 감췄다. 

같은 날 오전 4시4분쯤 제주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기지국을 마지막으로 이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유족들은 이씨가 귀가하지 않자 2009년 2월2일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수색에 나섰고, 엿새가 지난 2월6일 제주시 아라동에서 이씨의 가방을 발견했다. 

경찰은 수색범위를 확대해 나갔고, 2월8일 오후 1시50분쯤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이씨의 사체가 발견됐다. 

실종된 보육교사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당시 제주도내 일간지 보도. ⓒ제주의소리

실종자 수색에서 살인사건 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이씨가 실종될 당시 운행했던 택시 종류와 시간대 등을 토대로 소거법으로 용의자를 추렸고,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실종 당시 피해자 이씨는 무스탕을 입고 있었다. 박씨의 택시에서도 이씨의 무스탕과 같은 섬유 조각이 발견됐지만, 직접적인 증거로서 효력을 갖지 못했다. 또 DNA 등이 일치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과학·객관적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박씨를 풀어줬고, 박씨는 2010년 2월 제주를 떠났다. 박씨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생활했고, 2015년에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등 은거 생활을 했다.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관련 수사를 계속 이어간 경찰은 박씨의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2019년 1월15일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압수한 박씨의 의류에서 이씨의 미세섬유가 섞였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검찰은 섞인 미세섬유가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힘이 들어간 신체 접촉에 따른 ‘교차 전이’ 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당시 정황과 미세섬유 등 증거를 토대로 봤을 때 박씨를 말고는 범인이 없다는 취지다. 

법정에서 박씨는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했고,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박씨가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세섬유의 경우 수백·수천벌 이상이 동시에 제작되는 기성복 특성상 제3자에 의해 섞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지난해 7월23일 상고했고, 대법원은 같은해 9월3일부터 법리검토를 이어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일 경우 새로운 판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DNA 등 직접 증거가 아닌 미세섬유와 같은 간접 증거의 효력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없어서다.    

1년넘게 이어진 법리검토 끝에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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