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60) 민간특례 아니어도 도시공원 역할 가능

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비공원 시설 내 아파트 2개 단지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비공원 시설 내 아파트 2개 단지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시공원으로 이용되는 도시숲은 도심지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도심 한가운데 있거나 도심지와 가까운 공원일수록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게 마련이다. 도시가 확장되고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녹지공간으로서 도시숲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도 도시공원의 조성과 녹지공간 확보 전략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삶의 질의 평가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생활인프라로서 도시공원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도시공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공원을 지정해 놓고도 공원조성을 미루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도시공원을 포함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토지주의 사적 이용권을 침해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에 위배된다며 헌법 불합치 판견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도시공원으로 지정한 날로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도시공원의 효력이 상실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었다.

전국 시설별 도시계획시설 미집행 현황을 보면 공간시설로서 공원은 교통시설, 공공문화체육시설 등에 비해 높은 미집행 비율을 보였다. 그만큼 도시공원의 조성은 다른 도시계획시설에 비해 정책적으로 후 순위로 밀리고 있었다. 

특히 지역별 도시공원 미집행 현황을 보면 제주도가 최하위였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시도별 도시공원 집행률은 인천(73.6%), 경기도(59.2%), 서울(58.1%)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제주도가 21.5%로 가장 낮았다. 도시공원 관리정책에 대한 제주도의 정책 의지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논란도 결국 이러한 제주도의 낮은 도시공원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오등봉공원은 39개의 공원일몰제 대상 도시공원 중에서도 공원조성 집행률이 그나마 높은 곳이었다. 공원조성계획에 포함된 한라도서관, 아트센터 등은 이미 조성되어 운영 중이고, 한천변을 따라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공원 내 제주문학관이 개관을 했다. 제주시는 2025년까지 오등봉공원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기투자된 현황과 조성 중인 상황으로 보면 오등봉공원은 굳이 민간특례사업을 적용할 대상은 아니었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2016년 제주시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검토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제주시는 민간특례사업으로 제안된 오등봉공원은 현재 조성중인 공원으로 2016년까지 약 20억 원을 투입해 사유지를 매입했고, 도 도시계획변경안에도 2025년까지 조성완료할 계획이라며 불수용 이유를 들었다. 주변 경관의 훼손과 공원의 본질적 기능 상실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오등봉공원을 민간특례사업으로 확정한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결정이었다.

특히 추진과정에서도 문제가 컸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자가 선정되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된 것이 2020년 4월이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의 초기 계획단계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사업 인허가를 위한 출발단계인 셈이다. 오등봉공원이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으로 공원 실효가 만기되는 시점은 2021년 8월로 그 이전에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1년여 기간 안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도시계획심의,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이행해야 했다. 알다시피 환경영향평가는 기본적으로 사계절 조사를 통해 사업입지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사업시행으로 인한 환경적인 저감방안을 도출하게 된다. 이에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물리적인 시간제한으로 공원 일몰제 이전에 실시계획 인가를 받기에는 무리였다.

그런데 제주도와 제주시는 편법과 위법을 동원하여 이 한계를 극복했다.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입지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두 계절만 조사하고, 단 6개월 만에 협의를 완료했다. 사업부지에 15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이 서식한다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결과에도 불구하고 날림으로 끝냈다. 

이후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과 주민설명회를 생략하고, 환경조사도 두 계절만 진행했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법정보호종에 대한 추가조사 요구도 무시했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에 평가서 검토 의뢰도 누락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행정과 사업자가 참여한 사전 대응 회의를 통해 준비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대한 도의회 동의 과정에서도 민간특례사업이 중단될 경우 공원 해제로 인한 난개발이 난립한다는 논리도 도의회를 압박했다. 공원 일몰제라는 위험요인을 인허가 과정의 협의 및 승인권자들에게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한 셈이다. 자신들이 이런 상황을 자초해 놓고 시민의 공간인 도심숲 한가운데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강조하지만 오등봉공원은 민간특례라는 특혜사업으로 개발해서는 안되는 곳이다. 일부는 민간특례사업이 좌초되면 공원에서 해제돼 난개발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지는 않다. 이는 전적으로 제주도와 제주시의 정책 의지에 달려있다. 민간특례사업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개발을 제한하거나 도시자연공원구역 등 별도의 용도구역으로 도시공원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도는 도시공원 조성률도 전국 최하위지만 1인당 공원 면적도 가장 낮다. 미국 등 도시공원 관리정책이 발달 된 국가에서는 공원의 접근성을 중요시한다.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느냐에 따라 공원의 질을 평가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오등봉공원은 도심에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도시공원이다. 빌딩숲을 피해 자연의 상쾌함을 느끼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줘야 하는 공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조속한 공원 조성을 통해 시민의 여가·휴식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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