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권포럼] "평화-인권 생존 문제"..."기업인권 제도로 확보해야"

28일 제주시 아스타호엘테서 열린 '2020 제주인권포럼'에서 진행된 '제주개발과 마을, 그리고 인권' 세션. ⓒ제주의소리
28일 제주시 아스타호엘테서 열린 '2020 제주인권포럼'에서 진행된 '제주개발과 마을, 그리고 인권' 세션. ⓒ제주의소리

천혜의 제주 환경을 호시탐탐 노리는 개발 자본에 대응해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삶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에 있어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는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설령 품을 내어준다 하더라도 기업의 '책임'이 아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잇따랐다.

28일 (사)제주대안연구공동체 주최로 열린 '2021 제주인권포럼'에서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는 '제주개발과 마을,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의 세션을 진행했다.

이날 주제회의는 다양한 인권문제가 결부돼 있는 마을 공동체와 제주 개발문제를 다양한 인권의 시각에서 검토하고,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도민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된 마을 피해 사례가 소개되며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발제에 나선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졌던 제주는 여러 개발사업을 정당화하고, 외부에 의존적인 개발을 진행시키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고 제주특별법의 근본적인 비전이 문제가 있음을 되짚었다.

최 교수는 "최근 들어서는 도민들이 여러 문제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2공항을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정부에서 5조원 이상의 돈을 주고 개발을 하라고 하는데, 도민 다수가 그걸 거부한 사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사례다. 제주의 개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발제에 나선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그는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국과 중국 등의 강대국, 또 중앙정부의 요구에 따라 국제적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며 "제주에 있어 평화와 인권은 그 자체로 생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주민들의 주체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시민들의 불평등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중요한 것은 자기가 자신의 생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연, 사회간접자본, 문화 등 개인이 성취한 것이 아닌 자원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을 시민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토지, 물, 바다, 공기 등에 대한 권리가 공동체에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시민 배당이라고 불리는데, 결국 주택, 교육, 돌봄, 에너지 등 기본적 필요를 마을과 지역이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연과의 호혜적 관계를 통해 생태적 책임감을 자각하고, 개발로 피해를 입는 주민들의 거부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의 행동을 인권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 교수는 "이전까지 개발을 주도해 온 것은 결국 기업이었다. 기업이 시장의 주체로서 공동체를 침식했지만, 용인됐고 용납돼 왔다"며 "자본주의라는 시장시스템이 도입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먹고 사는 자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문제였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해주는 기업은 특별한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이 교수는 "한국사회를 누가 발전시켰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했다'고 하지 않고 '기업이 했다'고 한다. 기업이 어떤 행위를 하면 그 자체가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과연 기업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만을 하느냐,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다"고 되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업인권'이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UN에서 차용된 이 단어는 기업도 인권이 있다는 뜻이 아닌, 기업이 주체로서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 교수는 "기업인권이라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나쁜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기업은 사회에 좋은일을 해주세요'라는 관점이었지만, 이제 '나쁜 식으로 생산하지 마세요'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원주민을 몰아내고 공장을 짓거나, 저임금 장시간 노동 환경을 방치하는 행위, 환경파괴적인 생산활동 등이 이 사례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주민들이 살았던 동네에 경로당 하나 더 지어주고, 장학금 몇푼 더 쥐어주고, 그러면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다했다고 보는 것이었지만, '너희가 사람들 쫓아내고 개발을 하는 자체가 그 사람들 인권을 침해한 것이지 않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기업에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식의 책임이 아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결국 국가가 기업에 의해 피해를 받은 이들을 구제할 의무가 있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기업의 행동을 통제하고 사회 밑으로 두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사회에 접목시켜 "제주자치도가 정책적 측면에서 이런 장치들을 만들어가도록 도지사가 할 수 있다면, 인권실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고, 기업인권을 요구하는 환경을 제도화시키면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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