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한영조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한지 1년이 지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도민사회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각종 제도가 바뀌고 기존 산업구조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 급격한 변화들이 도민사회의 혼란을 부르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해야 좋을지, 어떤 것을 해야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 가치관의 혼란, 즉 아노미현상에 빠진 듯하다.

그러는 사이 공직사회는 제주도정을 중심으로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고 있다. 행정구조 개편과 특별법에 의해 부여된 도정의 힘은 정부의 권한 이양까지 속속 챙기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행정시장이 도청 과장만도 못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이다.

실제 도정의 권한을 들여다보면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제주의 1년 살림살이 예산 2조 5천억 원 규모를 움직이고 있다. 이 돈의 쓰임의 키를 도정이 잡고 있다. 그래서 도청주변을 중심으로 어찌 사람이 북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오가는 돈의 흐름 속에 ‘검은 사슬’이 엮어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각종 인·허가권은 어떤가. 특별법에는 기존에 없었던 대규모 개발사업 시행승인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이의 권한은 상황에 따라 여타의 관련법을 뛰어넘으며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 개발승인 권한이 만약 행정의 중립을 벗어나 이권과 관련된다면 그로 인한 도민사회의 폐해는 얼마나 심각하게 다가올지 가희 짐작이 갈 수 있다.

인사권 역시 막강한 권한의 하나이다. 공직사회를 하나로 묶어 내며 자기사람을 심어놓을 수 있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행정조직도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 집단이며 그 집단 속의 사람들이 판단과 역량, 사고에 따라 각종 잡음과 하모니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인사권의 힘이야 말로 조직의 방향까지 흔들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권한보다도 더 큰 권한은 제주도의 사회 환경을 바꿔놓는 정책결정 권한이다. 행정의 필요에 따라, 중앙의 영향에 따라, 목표 달성을 위해 각종 정책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때는 강력한 도민의 저항에 맞서며 밀어붙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민원수렴을 무시하면서 행정행위를 휘두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도정의 권한들은 공기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주변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가지를 벌려놓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위해 공기업과 공동보조를 맞추는가 하면 새로운 공기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 1년 사이 도청 주변에는 그전에 보지 못했던 특별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민원이 도청으로 집중되면서 도청주변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마치 ‘작은 청와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공직자들의 청렴성과 업무처리의 중립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무너진다면 집중된 권한은 오히려 도민들에게 막대한 폐해를 낳게 된다. 최근 일연의 과정들을 볼 때 그런 위험성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고 일부는 남용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의 예방을 위한 법적인 장치나 주민소환제 등이 있다. 또는 도의회의 견제장치 등도 있다. 또는 사후의 결과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사제도 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책들은 부분적 대책에 불과하고 한계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도정의 감시자로 도민들이 나서야 한다. 사사로운 이익에 억매이지 말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도민 모두가 도정을 올바로 감시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 개발 등을 틈타 각종 부패의 싹이 움틀 수 있는 여건들이 상존하고 있는 이 때 도민들의 감시기능 작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하다못해 도정의 살림살이 하나만이라도 철저히 감시한다면 공직사회는 한결 더 깨끗해질 것이다.

실제 깨끗한 국가로 세계 최상위에 올라 있는 덴마크의 청렴 비결은 세금을 올바로 쓰고 있는지 여부를 국민들이 철저히 감시하면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이처럼 도민들도 집행기관인 도정의 살림살이의 편성뿐만 아니라 쓰임새,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도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을 쓰라고 도정에 도장과 통장을 맡겨 놓았다. 그런데도 도민들은 이를 어떻게 사용했고 합리적으로 썼는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거나 방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예산이 멋대로 쓰여 지고 엉뚱한 곳에 쓰여 진다면 결국 이의 폐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최근 제주반부패네트워크에서는 도민 스스로 감시기능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제주를 ‘청렴특별도’의 브랜드로 도약시키기 위해 풀뿌리 청렴운동인 ‘클린시티시민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이에 오는 6일까지 많은 도민들의 참여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힘들이 제주를 ‘청렴특별도’로 도약시키는 데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한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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