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대표 야생화 ‘물매화’가 제주 오름 곳곳에서 피어오르며 고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제주에서 10월 말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는 물매화는 새하얀 꽃잎 속 반짝이는 구슬을 가득 품은 채 인사를 건네며 가을 정취에 흠뻑 젖게 한다.

물매화는 볕이 잘 드는 습지에서 자라며 꽃이 매화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매화초(梅花草)로도 불린다. 매화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매화나무와 다른 종류로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영롱하고 청초한 물매화 사진을 제공한 이는 한라산과 오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제주의소리] 독자 강영근 사진작가다.

강 작가는 “10월 멋진 날 제주섬 어느 오름에서 사랑스러운 물매화를 만났다. 떠오르는 아침 해의 뜨거운 숨소리처럼 짙어가는 가을날 물매화의 새하얀 꽃송이가 그렇게나 대견스럽다”고 풍광을 전했다.

그러면서 “걸어왔던 길들에 뿌려진 짧은 한철을 살고 한마디 변명도 없이 불평도 없이 스러지는 한 송이 들꽃이 지닌 자연의 섭리에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 순간이 감동”이라며 “오름에 피는 예쁜 물매화처럼 우리도 고결하고 욕심없이 순수한 마음이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에서 10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12월 초까지 보이며 한라산 고지대에서 자라는 수술 적은 물매화는 애기물매화로 따로 구분된다. 꽃의 수술 뒤쪽에는 물방울과 같은 모양이 많이 달린다.

가끔 붉은 수술이 달린 매혹적인 물매화를 볼 수 있는데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립스틱을 바른 듯하다며 ‘립스틱물매화’로 불리는 개체다.

물매화는 한라산의 초목이 누렇게 물들 때까지 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알려진다. 고결, 결백, 청초, 충실 등 여러 꽃말을 가지고 있다. 

# 물매화 사진은 10월 28일 오전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시 구좌읍 일대의 오름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사진으로 감상하시고, 오름에 가시더라도 눈으로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제주의소리 독자 강영근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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