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차관 부친 고향 제주, 알뜨르비행장서 "조속한 실무협의 추진" 약속

1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찾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제주의소리

일제강점기 군비행장으로 사용된데 이어 4.3 당시 양민학살 사건까지, 제주 근현대사에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알뜨르 비행장에 봄날이 찾아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방부 차관이 직접 현장을 찾는 등 오랜기간 진척이 없었던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이 급진전을 보이면서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1일 오후 3시 30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찾아 제주도로부터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 추진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위성곤 국회의원을 비롯해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김태엽 서귀포시장 등이 자리했다.

현장에는 일찍이 자리를 잡은 주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임시로 꾸려진 보고회 장소에는 마을 청년회, 마을발전위원회 등이 내건 환영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차관급 인사의 방문에 현수막이 나열된 것은 다소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특히 박 차관의 부친 고향이 대정읍과 맞닿아있는 제주시 한경면이라는 점을 의식한듯 '제주가 고향인 박재민 차관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박 차관은 제주도 평화대외협력과장으로부터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현황을 보고받은데 이어 서귀포시로부터 알뜨르 비행장의 잦은 피해 현황을 전해들었다.

이어 주민들이 직접 나서 오랜 고충과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1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찾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지역주민으로부터 오랜기간 주민들이 겪어온 고충을 듣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인복 대정읍 이장단협의회장은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대통령 공약사업이었다. 그동안 진행되리라 기대했는데 지지부진해 안타까웠다"며 "대정의 숙원 사업인 평화대공원이 조성돼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전쟁의 굴레에서 지역과 공동체를 지켜냈으면 한다. 조속히 시행돼 지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우석 상모리마을발전위원장은 "근처 밭에 감자를 심었다가 침수 피해 때문에 다시 무를 심었다. 감자 농사는 다 망치고 무 농사도 돈이 될지 모르겠다. 이게 한두해가 아니고, 제가 농사지은지 20년이 가까운데, 여기서 임대료를 내면서 임대료 값도 안나온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길도 넓히고 저류지도 조성되는 등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알뜨르비행장은 현재 국방부 소유로 국방시설본부가 관리하고 있다. 185만㎡ 중 국유지만 168만㎡로, 이중 일부는 주민들이 임대계약을 맺어 경작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형적 결함 때문에 반복적인 수해에 노출고 있는 실정이었다. 2008년 평화대공원 기본계획이 마련된 이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이 포함됐지만, 여지껏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와 관련 함께 자리한 위성곤 국회의원은 "2010년께 제주해군기지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평화대공원 사업이 본격화 됐는데 그 이후에도 10여년 간 시간이 흘렀다. 지금이라도 추진하게 돼 다행"이라며 "알뜨르 비행장은 현대사의 아픔이 가장 많은 상징적인 곳이다. 이 곳에서 평화대공원을 만들어가도록, 이번 정기국회 내 관련법이 통과되고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차관도 "오랫동안 진척이 없이 힘든 상황이었는데, 올해부터 급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며 "큰 틀의 방향성에서는 이미 협의가 됐다. 조속히 실무적으로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박 차관은 "국방부 담당 국장과 제주도 국장 간 실무협의체를 만들어서 말씀해주신 내용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회기 내에 관련 법이 꼭 통과돼 많은 주민들이 염원해왔던 일을 조속히 이뤄내 도민들께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밝혀 평화대공원조성사업과 관련한 주민숙원에 함께 할 것을 시사했다. 

1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찾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제주의소리

현재 알뜨르 비행장 토지는 제주도가 장기적으로 무상 임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현련 조항을 수정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위성곤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황이다.

보고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박 차관은 제주행 이유에 대해 "평화대공원 조성 관련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사용허가하는 문제를 협의하러 왔다"며 "국회에 올라가 있는 법 2가지가 개정되면 그 이후의 후속조치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제주도의) 무상 사용허가를 위한 법이 올라가 있다. 그 법이 통과되면 법적으로 사용허가를 해주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양 기관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50년간 무상사용 기간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반면, 국방부는 5년 마다 갱신하는 조건을 내걸며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실무협의에서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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