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사려니 작가, 여러 죽음 지켜본 ‘죽음을 예감한 나무가...’

사진=알라딘.
사진=알라딘.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많지 않다. 숨이 붙어있는 한 결코 피하지 못하는 단계, 당당하게 준비하기 어려운 '죽음'을 보다 낯설지 않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제주 출신 사려니(본명 백은옥) 작가의 ‘죽음을 예감한 나무가 절정을 꽃피우듯 우리도’(하움출판사)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출발한다.

서울 근교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남편 때문에 저자는 지인들의 마지막 순간을 여럿 지켜봤다. 숨지기 직전까지 자신과 주변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경우를 보면서 그는 “갑자기 내가 어떻게 죽어야 할지, 누구처럼 죽어야 할지, 그 누구처럼 죽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고 설명한다.

책은 ▲죽음불안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죽음이 두려울까? ▲죽음불안(소멸불안)과 그 해법 ▲죽음의 기술① ▲죽음의 기술②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까지 여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죽음에 대한 동·서양의 학문·종교들을 골고루 소개하면서 마치 죽음을 학문적으로 접근한다. 여러가지 예시와 인용을 사용하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저자는 보다 나은 죽음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안내한다. 선조들의 기록을 통해 “이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것은 딱 하나다.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는 것, 이것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병에 걸리기 전부터 죽음을 맞기까지 날마다 새롭게 반복하는 수행의 결과다.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추구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당부한다. 더불어 치료에 집중할지,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보낼지 본인이 냉철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필명 ‘사려니’는 고향 제주의 사려니 숲에서 이름을 빌려 왔다. “그곳에 울창한 삼나무, 졸참나무, 편백나무가 자아내는 평온함과 싱그러움을 닮고 싶다”는 이유다. 뒤늦게 공부에 매진하며 청소년 상담, 가정폭력 상담, 부부 상담을 진행했고 현재는 부부 상담에 전념하고 있다. 

사려니 작가는 이 책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한 첫 결실”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만이 아니다. 죽음이 가져다주는 두려움 때문에 나와 무관한 일로 외면하기 보다는, 그 두려운 감정을 받아들이고 곁에 두자는 입장에 가깝다. 이는 곧 죽음을 피하지 않듯, 현재의 내 삶에 충실하게 임하자는 당부로 다가온다.

책 말미, 나가는 글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신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순간부터 죽음의 순간과 화장까지 주요 과정을 객관적으로 나열한다. 특히, 화장 이후 한 줌의 재로 흩어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감정을 이입한 서술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루로 뿌려진 나는 이제 광대한 우주 속 원자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꽃으로 나무로 스며들고 강으로 흘러갈 것이다. 바람에 실려 이곳저곳을 날아다닐지도 모른다. 좁은 납골당에 갇혀 단지 속을 웅크리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내게 삶을 주었던 조상과 그대들을 세상에 내놓은 내가 그대들과 이어지는 시간의 수직선 위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 하나를 찍고 이제 나는 소멸해 간다. 지금까지 내가 아니었던 새로운 것이 되기 위해 산산이 흩어져 갈 것이다. 우주의 한 곳으로 이동한 후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가 되려는 내 몸의 파편들, 비록 눈에 띄지도 않을 작은 알갱이지만 이런 내 몸의 일부를 향해 나를 사랑하는 모두가 힘껏 응원해주리라, 굳게 믿는다.”

-  ‘죽음을 예감한 나무가 절정을 꽃피우듯 우리도’ 가운데

197쪽, 하움출판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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