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지법 첫 공판서 김씨 "허구를 진실로 믿어 거짓된 말과 행동 반복" 주장

제주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 피고인 김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제주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 피고인 김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제주 장기미제 사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고인이 ‘리플리 증후군’을 주장했다. 자신은 범인이 아닌데, 범인인 것처럼 허황된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다. 

3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 심리로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겸 공판이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김씨와 검찰 측이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철회하면서 재판부는 곧바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최대 관심사인 피살사건 배후는 여전히 미궁이며, 이날 재판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김씨가 성명불상자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표현했다. 

검찰은 성명불상자로부터 “손 봐줘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김씨가 수개월에 걸쳐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봤다. 

현금 3000만원을 받은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하기 위한 결정권을 위임받아 행동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손씨가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쯤 예리한 흉기로 이승용 변호사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정범’에 따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에 따라 2인 이상이 공모해 죄를 범한 때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공모자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또 김씨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SBS 방송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위협을 가할 것처럼 3차례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주장하는 피고인

이날 공판에서 김씨는 ‘리플리 증후군’을 주장하면서 살인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또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기소가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협박 혐의는 인정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어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김씨는 2011년 8월쯤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손씨에게 당시 범행에 대해 얘기를 들었을 뿐 자신이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2014년 사망했다. 

또 손씨가 자신에게 “(피해자)유족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달해달라” 취지로 말했고, 유족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고 주장했다. 

리플리 증후군에 따라 거짓말을 포함한 다양한 내용을 인터뷰했고, 제작진이 자신을 범인인 것처럼 편집해 방송에 내보냈다는 주장이다. 자신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다. 

공소시효 완성? 소멸?

피고인 김씨에 대한 혐의 입증과 함께 또 다른 쟁점은 ‘공소시효’다. 

1999년 11월5일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4일 자정까지다. 

2014년 11월5일 0시를 기해 공소시효가 사라지는데, 2015년 7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15년이던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피고인 김씨는 2014년 3월 출국해 장기간 해외에 체류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출국했을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검찰은 김씨가 해외에 출국할 당시 다른 사건으로 입건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해외로 출국했기에 김씨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중지되면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공소시효도 소멸됐다는 판단이다.  

김씨는 출국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점은 인정하지만,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기 혐의로 수배된 사실조차 몰랐으며, 당시 여권 유효기간이 다돼 재발급 받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신이 범죄자였다면 여권 재발급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며,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혹여 자신이 범인이라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돼 형사처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피고인 김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대로 김씨가 성명불상자로부터 ‘(이승용 변호사를)손 봐줘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면 ‘살인’이 아니라 ‘상해’ 혐의가 피고인에게 적용돼야 하며, 상해에 대한 공소시효도 이미 완성됐다고 변호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 무려 11명에 달하는 증인을 신청했으며, 이를 받아들인 재판부는 3그룹으로 나눠 증인 심문을 진행키로 했다. 

3그룹은 ▲김씨의 방송 출연 관련 4명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전·후 김씨 주변인 3명 ▲수가 과정에서의 분석관 등 4명까지 총 11명이다. 

재판부는 격주로 김씨에 대한 특별기일을 진행,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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