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도시 - 네 번째 이야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이다. 여기서 “이름”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 즉 특정 이름이 부여되면 다른 것과 구별되는 고유성이 부여되며, 정체성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이름”은 그 이름 그대로 인식되어 일컬어지면서 뜻이 실현되어 ‘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제도를 무엇이라고 지칭할 것인가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름”은 그 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바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그 이름을 찬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제도가 있는데, 바로 ‘환경보전기여금’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 “제주 청정환경 가치를 증진시키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오염의 원인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소개되고 있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 제2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부담금’은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부과권자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 의무를 말한다. 명칭에 관계없이 세금 이외에 납부해야 하는 ‘돈’을 의미하나 부담금,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등 그 뜻은 엄연히 다르다. 부담금은 ‘어떠한 일에 책임을 지고 내야 하는 돈’으로, 개발부담금과 소음부담금이 있으며, 분담금은 ‘나누어 부담하는 돈’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석면피해구제분담금이 있다. 또 부과금은 ‘매겨서 물리는 돈’으로, 배출부과금, 재활용부과금이 있으며, 기여금은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하도록 내는 돈’으로, 국제교류기여금이 있다.

관광객들의 관광행위로 인해 제주에 자연훼손과 환경오염, 도로정체 등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기에 이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인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사실 ‘부담금’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러한 비용을 ‘환경보전기여금’이라고 부르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여금은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하도록 내는 돈으로, 환경보전기여금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기에, 그 천혜의 자연을 보전하는데 온 국민이 동참하자는 의미가 더 크다.

그렇다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에 필요한 국민적, 국가적 차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관광객을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원인자로 인식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이름 붙인 대로 관광객을 환경보전의 기여자로 인식해 함께 동참하도록 논리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용어에 의거해 사용처 또한 정해져야 한다.

김태석 의원. ⓒ제주의소리
김태석 의원. ⓒ제주의소리

이러한 일관된 맥락 하에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주공약을 발표할 때 ‘환경보전기여금’을 기본소득실험도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다소 설익은 발표로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비용이 소모됐다. 누군가에게 금전적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는 그 명분과 논리, 그리고 그 사용처가 분명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제주의 자연과 환경을 그대로 남겨주기 위해 국민 모두가 함께 하기 위한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제주에 진정한 꽃이 피지 않겠는가.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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