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방과후강사노조 “아이들 교육권, 강사 생존 달린 심각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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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제주지부(이하, 방과후노조)는 4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1층 교육실에서 방과후강사가 처한 현실과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강사료 지급 방식 변화에 따른 수강료 인하와 10명 미만 수업 폐강 등 문제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처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제주지부(이하, 방과후노조)는 4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1층 교육실에서 방과후강사가 처한 현실과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방과후노조는 이 자리에서 제주도교육청을 향해 “안정적인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한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간담회에 앞서 김경희 노조위원장은 “제주도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성과도 좋다. 그런데 왜 도교육청은 인기 있는 방과후 교육의 시수를 줄이고 처우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는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이들이 배우고 싶다는 과목이 1년 사이 갑자기 사라지고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택한 과목은 그냥 폐강되고 있다”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지난해 예산 가운데 사용하지 못하고 남긴 금액만 약 336억 원에 달한다. 결국 쓰지 못한 돈만큼 교육 수혜자인 아이들이 서비스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 방과후강사들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력 있는 강사들은 이미 현장을 떠나고 있고 남아있는 강사들도 무기력한 상태”라며 “수업을 없애고 강사료를 낮춘 그 근거와 타당성에 대해 도교육청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과후노조는 지난 5월 10일부터 15일가지 닷새간 제주지역 방과후강사 1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입감소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응답자들은 출강학교 수, 주당 평균 근로시간, 한 학급당 학생 수 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월 평균수입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2019년 대비 현재 학급당 학생 수는 92.6%, 출강학교 수는 88.4%,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85.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월 평균수입은 60.2%로 앞선 세 항목보다도 약 30%p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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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방과후강사들의 수입감소 현황을 발표 중인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 ⓒ제주의소리

조사결과를 발표한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은 “조사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도록 정상적으로 운영된 수업 사례만 포함시켰다”며 “강사들의 평균수입을 조사함에 있어 코로나라는 변수가 아닌 다른 어떤 변수를 파악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급당 학생 수와 출강학교 수, 주당 평균 근로시간 등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3년 사이 10%가량 감소한 것에 비해 실제 월 평균수입은 40%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앞선 변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명쾌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부터 적용된 수업료 지급 방식의 변화와 소인수반 지원금 중단, 폐강 유도 등 방과후강사에 대한 처우 악화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신 운영위원은 “2019년에는 인당 수업료를 지급방식이었으나 2020년부터 시간당 수업료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강사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들었고 기존 182만 원의 평균 월수입이 약 109만 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 사이 이렇게 큰 폭으로 강사들의 수입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그만두라는 말 밖에 안 된다”며 “일반 회사의 경우 노동부에 진정 신청을 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할만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9년에는 10명 미만 방과후 수업에 대해 교육청이 비인기 과목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지난해부터 줄이기 시작해 올해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며 “앞선 수업료 지급방식과 지원금 중단이 강사들의 월 평균수입이 줄어든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이나 경기지역은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힘들다는 의견이 90%에 달하는데 제주는 수업료 계산 방식 변화로 인한 수입감소가 더 힘들다도 나왔다”며 “결국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도교육청의 행정 조치인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 운영위원은 “강사들 가운데 88%가량은 방과후강사를 전업으로 한다고 나타났으며, 전체 72.4%는 교육자라는 자긍심이 높다”며 “이는 방과후강사라는 직업군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 91.1%는 이대로라면 제주지역 방과후강사 대부분이 이직해 전문강사는 실종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지게 될 것이라는 데 매우 공감했다”며 “도교육청은 이 같은 상황을 진중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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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이대로라면 제주지역 방과후강사 대부분이 이직해 전문강사는 실종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지게 될 것'이라는 항목에 응답자 91.1%는 '매우 공감'을 택했다ⓒ제주의소리

강은희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정책국장은 방과후 강사 중 농산어촌·특수학교 강사와 학교예술강사의 시간당 수업료 차이를 비교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강 정책국장은 “문화관광체육부 예산 사업으로 진행되는 학교예술강사는 시간당 평균 4만 3000원의 수강료를 받지만, 방과후 강사는 3만 4000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비슷한 성격의 강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수강료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예술강사는 수강료 말고도 교통비, 급식비, 의무연수비, 사전방문 보조금 등 안정적인 수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 받는다”라면서 “하지만 제주 방과후강사는 30km를 벗어나면 2000원 정도를 받는 교통비가 전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육 재정으로 수강료 지급하는 것과 문체부 예산 사업으로 수강료를 지급하는 것에 차등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며 “채용 기준이나 수업료 책정 기준을 봐도 합리적인 것은 없었다. 비슷한 직무임에도 처우가 다른 것은 임금 차별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교육청이 올해 남긴 예산은 336억 원 규모로 방과후학교 예산 3배에 가까운 돈이다. 학생들에게 제공할 교육 서비스에는 돈을 쓰지 않고 엄한 곳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강사들의 처우 안정이 필수”라고 밝혔다. 

고명호 방과후노조 제주지부장은 “현재 강사료 3만 2000원에서 최저 5만 원으로 올려 2019년 수준 강사료로 회복시켜달라”며 “지속 가능한 수업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저 요구안”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폐강 기준을 없애 학생들이 원할 경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보장하고 읍면지역 교통비를 현실화 해야 한다”며 “또 방과후학교 운영 정책을 결정할 때 강사와 학부모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15여 년간 학교 현장에서 방과후강사로 활동해왔다는 양희정 씨는 “15년을 일해오며 열정으로 아이들을 키워왔다”며 “방과후강사로 지내며 정책이 바뀌기 전에는 남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고 자긍심을 자랑하는 직업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학교 교육의 걸림돌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일주일에 6일을 일해야지만 이전 수준의 수강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유지가 힘들어져 다른 일을 같이 하는 상황이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10명 미만 수업이 사라진다고 하자 주변 친구들을 모아와 수업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아이들과 이를 가르치는 강사들을 그대로 둘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방과후학교가 사라지만 아이들은 사교육에 내몰리게 된다. 강사와 학부모, 아이들의 현장 목소리를 제발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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