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픈카 사망사고’에 대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고 측이 유족인 피해자의 할아버지와의 통화 내역을 증거로 제시했다. 유족인 할아버지는 되레 “살인이 아닌 사고”라며 피고를 감쌌다.  

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33)에 대한 살인 등 혐의 4번째 공판이 3시간 넘게 진행됐다. 

A씨는 2019년 11월9일 연인 B씨와 제주에 여행 와 소위 ‘오픈카’라고 불리는 고급 외제차를 빌렸다. 

두 사람은 이날 늦은 시간까지 함께 술을 마셨고, 이튿날 새벽인 11월10일 오전 1시20분쯤 A씨가 몰던 오픈카가 제주시 한림읍 귀덕초등학교에서 연석과 경운기 등과 잇따라 충돌했다. 

사고 직전 A씨는 연인 B씨에게 “안전벨트 안맸네?”라고 물었고, “응”이라는 B씨의 대답을 들은 뒤 급가속해 사고가 났다. 

사고 발생 5초전 A씨가 몰던 오픈카의 속도는 시속 82km에 달했다. A씨는 시속 107km까지 가속하다 브레이크를 밟았고, 시속 92km의 속도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보조석에 타고 있던 B씨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 등에 큰 부상을 입었고, 집중치료를 받던 B씨는 이듬해인 2020년 8월23일 사망했다. 

B씨가 사망하기 전 경찰은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관련 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B씨가 사망한 뒤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제주에 여행오기 전인 10월 말 B씨에게 이별 얘기를 꺼낸 바 있다. 제주에 여행을 즐기던 두 사람은 발생 1시간 전쯤에도 서로 다투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은 A씨가 꺼낸 이별에 대해 대화했다. 

이날 공판에는 A씨 측이 요구한 A씨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의 어머니는 피고인 자신의 아들과 숨진 B씨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고 증언했다. 

뒤이어 검찰은 사고 이전 블랙박스와 제주 여행 이전의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에게 이별을 요구한 점 등에 중점을 뒀다. 

같은 증거를 두고도 검찰과 A씨 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A씨 측은 피고인 A씨와 숨진 B씨의 할아버지간의 통화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B씨의 어머니와 언니가 A씨에 대한 엄벌을 재판부에 요구한 반면, B씨의 할아버지는 되레 “살인이 아니”라고 A씨를 두둔했다.

B씨의 경우 집안 문제 등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조부모 손에 자랐다. B씨는 과거 A씨의 부모와 만나 결혼에 대해 대화할 때에 “상견례 자리에는 조부모가 참석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A씨 측은 B씨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조부모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할아버지가 A씨를 다독이는 내용의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녹취록에서 할아버지는 “손녀는 우리(조부모)가 키웠다. 부모, 언니보다 우리가 더 가깝다. 살인이 아니고, 사고다. 젊어서 술 먹고 실수한 사고”라는 취지로 A씨를 감쌌다. 할아버지는 증인으로 출석할 의사도 있으며, 탄원서도 흔쾌히 작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A씨를 다독였다. 

이날 4번째 공판을 통해 오픈카 사망사고에 대한 증인심문과 증거조사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피고인 신문과 함께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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