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 선흘1리 주민들 8일 기자회견...“동복리 공동목장 활용하도록” 대안 제시

"조천읍 버스 종점마다 무슨 글자가 써 있는지 아십니까? 세계자연유산 람사르습지라고 써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구좌읍 동복리에서 람사르습지를 무시하는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니 부락민으로서 정말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부광수 선흘1리 노인회장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주민들이 제주자연체험파크 개발 사업에 대해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사업 부지는 동복리지만 ‘람사르습지’ 동백동산과 사실상 맞닿아있을 만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선흘1리 주민들은 “우리들은 자연을 보전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자체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동복리에 주민 주체 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선흘1리 주민들은 8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부상철 이장을 비롯해 주민 60여명이 참여했다. 노인회장, 청년회장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청소년들까지 고른 연령대를 보이며, 한 목소리로 제주자연체험파크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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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1리 주민들은 8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자연체험파크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제주자연체험파크는 과거 사파리월드에서 명칭을 바꾼 개발사업이다. 대상지는 동복리 산1 번지다. 사업자는 당초 99만1072㎡부지에 1521억원을 투입해 사자와 호랑이 등 열대우림 동물사파리, 야외공연장, 관광호텔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 훼손과 공유지매각 논란이 불거지자 면적을 74만4480㎡로 축소하고 사파리를 제외한 자연체험사업으로 전환했다. 주요 시설은 관광휴양시설 20만2375㎡, 숙박시설 1만4926㎡, 주차장 2만4031㎡, 조성녹지 5만7345㎡, 원형녹지 42만9287㎡다. 사업면적의 71%가 녹지로 활용되도록 변경했다.

사업자가 마을 주민에게 뒷돈을 건네는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와는 다른 사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흘1리 주민들은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부지가 사실상 람사르습지 동백동산과 같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은 성명서에서 “개발사업 예정부지는 구좌읍 동복리 곶자왈에 속해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람사르습지 동백동산과 200m 가까이 인접해 있다”면서 “선흘리 동백동산과 자연체험파크 예정부지 동복리 곶자왈은 생태적으로 서로 순환하며 만여년 동안 곶자왈 생태계를 유지해 왔으며, 미래에도 생물다양성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사진=네이버. ⓒ제주의소리
왼쪽 붉은 구역이 선흘리, 오른쪽 구역이 동복리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 부지.행정 구역만 다를 뿐 같은 곶자왈로 붙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네이버.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자연체험파크는 동복리 곶자왈 생태계 훼손은 물론 서서히 동백동산의 생태계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며 “동복리 곶자왈과 연결된 선흘곶자왈은 멸종위기 동식물 16종을 포함해 약 1500여종의 생물들의 중요한 서식처”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민들은 동백동산을 중심으로 선흘1리 주민들이 시도해온 ‘생태관광’을 강조했다. 주민들이 앞장서서 자연생태계를 지키며 살아왔는데, 난개발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주민들은 “선흘1리는 주민 주도의 사회적협동조합 선흘곳을 창립해 동백동산습지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가 하면, 생태관광과 람사르습지도시 사업을 주체적으로 운영하며 미래 지속 가능한 지역으로 100년 계획을 세우고 공동체 행복을 설계하고 있다”면서 “매년 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백동산에서 쉼의 시간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 순간 일확천금을 바라는 요행이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며 동백동산 보전에 참여하고 현명한 이용을 통해 주민이 주인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서 “동복리의 자연체험파크는 동백동산의 생태계를 위협하며 선흘1리의 꿈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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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선흘1리 주민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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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선흘1리 주민들. ⓒ제주의소리

선흘1리 주민들은 동복리 주민들이 대형 개발사업 대신 곶자왈 공동목장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제주도에 촉구했다.

특히 제주도에는 “난개발에 대한 종지부를 찍겠다”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송악선언을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에도 “사업을 반드시 불허하고 곶자왈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무엇보다 "자연체험파크 사업을 승인하는 행위는 2018년 세계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 받은 국제협약의 의미를 파괴하는 행동"이라며 사업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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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앞서 선흘리에 위치한 볍씨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이 함께 공연을 선보였다. ⓒ제주의소리

현재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은 지난 10월1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세 번만에 통과했다. 앞으로 제주도의회 심의, 제주도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황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부상철 이장은 "동복리도 동백동산과 연계해서 마을 주도형 사업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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