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읍 안성, 인성, 보성, 구억, 신평을 아우르는 일명 ‘읍오리’ 지역. 4.3 당시 이곳에서 희생된 주민들과 터를 위무하고 해원하는 자리가 열린다.

(사)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은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대정 읍오리 해원상생굿’을 13일 오전 10시부터 대정읍 추사관 맞은편(대정읍 인성리 213-1)에서 개최한다.

전통적으로 대정고을은 대정읍의 보성·인성·안성리 3개 마을을 이른다. 현재 행정 구역상 3개 리 지역으로 구분돼 있지만 속칭 홍살문거리를 중심으로 동남쪽은 인성리, 서남쪽은 보성리, 북쪽은 안성리로 나뉘는 한 마을이나 다름없다. 

대정고을은 조선 초기 대정현청이 소재했던 마을이다. 조선시대 내내 최고의 원악유배지로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살다 미움을 받았던 여러 지사와 선비들이 거쳐간 고장이기도 하다. 인근의 신평리와 구억리를 포함해 대정고을의 주요 마을을 ‘읍오리’로 불러왔다. 

조선시대 대정현성의 동쪽마을은 동성리, 서쪽마을은 서성리로 불렸다. 1879년 동성리는 안성리로 개칭됐다가 인성리로 분리됐다. 안성리의 상동마을은 1915년부터 다시 구억리로 분리됐다. 서성리는 1887년 보성리로 개칭됐다가 서성리의 북쪽에 신평리가 형성된다. 이러한 역사성으로 인해 현재 읍오리의 뿌리는 모두 대정고을에 있다. 

민예총은 “역사적으로도 신평과 구억은 대정고을의 운명과 함께 해왔다. 4.3당시 평화협상이 진행된 곳도 구억리였으며, 이재수가 이끄는 민군이 섬을 동서진로 나눠 진군하기 전에 제를 올린 곳도 신평 본향당”이라고 설명했다.

민예총에 따르면 대정면 4.3희생자는 총 639명이다. 당시 본적지 기준으로 나누면 구억리 희생자는 14명, 보성리 34명, 신평리 92명, 안성리 41명, 인성리 27명 등 208명으로 집계된다. 

이번 해원상생굿에서는 4.3 당시 대정고을 5개 리 지역을 본적지로 하는 희생자는 물론, 당시 학업, 취업, 결혼 등의 사유로 5개 리에 거주하다 희생된 주민도 포함한다. 구억리 15명, 보성리 35명, 신평리 94명, 안성리 43명, 인성리 31명 등 총 218명이다.

해원상생굿 순서는 먼저 동헌터(보성초등학교)와 인성리 사만질 앞밭(추사관 동쪽 성벽과 붙어 있는 삼거리) 등에서 희생된 영개(영가)를 모신다. 이후 초혼풍장, 초감제, 시·소리·춤 보시, 서천꽃밭 질치기 순으로 이어간다. 

굿의 집전은 ‘제주큰굿보존회’(회장 서순실)에서 담당한다. 강덕환 시인과 제주작가회의 시낭송, 문석범 소리꾼, 사단법인 마로의 풍물과 퍼포먼스를 통해 해원과 위무의 시간을 갖는다.

올해로 제주민예총의 현장위령제 해원상생굿은 19번째를 맞는다. 2002년 다랑쉬굴에서 시작된 해원상생굿은 권력화된 형식의 기념식에서 탈피해 민중적이고, 예술적이며, 비공식적인 의례로서의 위령제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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