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선거 앞두고 화두 부상…보전 의지 보여야

코로나19로 제주는 더욱 핫해졌다. ‘잠시 멈춤’이 최고의 미덕이던 사태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누가 이럴줄 알았겠나. 회복(?)의 속도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제는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연말에는 1200만명도 넘어설 기세다. 관광업계에서 극성수기는 통상 8월을 일컫는다. 올해는 10월을 그렇게 불러야 할 판이다. 한꺼번에 몰려서 그런가, 어딜 가나 제주는 코로나19 전보다도 더 북적이는 느낌이다. ‘허허하호’. 도로는 렌터카들의 경연장이다. 도민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교통체증이 관광객 때문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럴때면 소환되는 제도가 있다. 10년 가까이 논의만 하다 그친 환경보전기여금이다. 최근 부쩍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마도, 더 없는 공론의 장인 대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일 것이다. 송창권 도의원은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대선 주자들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은 제주 미래를 지키는 일종의 보험료다.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박찬식 제주가치 공동대표도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는 환경보전기여금을 ‘제주 회복과 공존을 위한 치료비’로 규정했다. 이미 제주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진단이 깔려있다. 더 나아가 그는 환경보전기여금을 통해 ‘환경이 밥이 되는’ 제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일찍이 “청정 자연을 지키는 일은 제주의 가치를 키우는 일”이라고 했던 원희룡 전 지사의 발언(2018년 11월15일 시정연설)과 맥을 같이한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더 이상 허송세월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직전 도의장인 김태석 의원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총론의 차이는 아니다. 처음부터 용어 정립을 잘 하자는 취지다. ‘부담금’이라고 하면 관광객을 환경오염 유발자로 비쳐지게 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경보전의 기여자로 인식되게끔 해야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는 논리다. 그래서 그의 용어는 ‘기여금’으로 귀결된다. 환경보전에 이바지하는 돈. 사용처 또한 이 용어에 맞게 정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진설명 ⓒ제주의소리
대선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문제가 다시 지역사회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비슷한 성격의 관광세를 부과하는 국가/지역(제주가치 제공)이 많다.  <그래픽=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바야흐로 환경보전기여금이 다시금 지역사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물 밑에 가라앉았던 환경보전기여금을 물 위로 끌어올린 건 원 전 지사였다. 늘 지속성과 일관성 시비가 따라붙어서 그렇지, ‘이벤트의 대가’ 답게 화두는 잘 던졌다. 2020년 10월25일 이른바 ‘송악선언’ 당시 환경보전기여금 본격 추진 방침을 밝혔다. 기여금의 구체적 도입 방안을 담은 한국지방재정학회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지도 2년여가 흐른 시점이었다. 2018년 당시 연구진은 2020년 7월 도입을 제안했으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관광업계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는 기획재정부의 벽에 가로막혔다. 

원 전 지사는 송악선언을 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2020년 11월16일에는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앞으로 입도세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세심한 당부까지 했다. 입법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미였다. 

연이은 원 전 지사의 발언은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리는 도화선이 됐다. 올 2월 ‘환경보전기여금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한 워킹그룹’이 꾸려졌고, 4차례 회의를 열어 도입 방안을 가다듬었다. 

세계적으로 과잉관광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세의 하나로 환경세나 관광세를 도입한 나라는 많다.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환경총량이 위협받고 있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강을 비롯한 4대강 수계의 물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도 따지고 보면 비상 상황에서 도입됐다. 1990년대초 잇따른 대형 수질 오염 사고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제주는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지역이다. 이 자체로 대한민국 보물섬인 제주를 잘 보전하기 위한 기여금 징수는 합당한 명분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 성격이 보험료든 치료비든 목적에 맞게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 관광객으로 인한 교통량 유발, 생활폐기물·하수 처리 비용 등 디테일에도 신경써야 한다. 제도 설계를 위한 기본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제주에 대규모 시설을 보러 오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청정 환경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마구잡이로 파헤치면서 환경보전기여금을 걷겠다는 건 이율배반이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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