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61) 제주도 지하수 공수화 원칙 제대로 세울 기회

지난 2017년 6월, 제주도지하수심의위원회 회의장에서 제주시민사회단체(왼쪽)와 한국공항 노조가 함께 집회를 가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17년 6월, 제주도지하수심의위원회 회의장 건물에서 제주시민사회단체(왼쪽)와 한국공항 노조가 함께 집회를 가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국공항(주)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이용 연장허가 동의 여부가 제주도의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허가는 관련 조례에 따라 매해 2년마다 연장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제주도는 지하수관리위원회를 열어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에 따른 지하수영향조사서를 통과시켰고, 제주도의회로 동의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2년 전 제주도의회 동의안 과정에서 명시된 부대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 또다시 연장허가 동의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주도의회는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를 동의하면서 ‘법제처에 기간연장의 법적 근거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할 것과 ‘일부 이익금의 지역 환원’ 등 네 가지의 부대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부대조건 중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인하는 사항은 반드시 이행했어야 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00년에 개정된 제주특별법에는 먹는샘물의 제조·판매는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당시 개정된 법률의 시행 이후 이뤄진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는 제주특별법을 위반한 행정행위가 되는 것이다. 제주도가 법조계에 자문한 결과에서도 ‘한국공항에 대한 지하수 개발·이용 기간의 연장허가는 개정 법률의 규정에 저촉되므로 연장허가는 위 법률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현재 한국공항에 대한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의 근거가 되는 부칙조항은 200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 규정 역시 현재 시점에서 법률적 효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2000년 개정 법률에 따라 연장허가의 효력을 잃은 상태에서 2006년에 만들어진 법률 부칙의 의제처리는 인정될 수가 없다. 제주도의 법률 자문결과에서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주특별법의 부칙 규정은 ‘같은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지하수 개발 및 이용허가 등을 받은 자가 적법하게 허가 등을 받은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원래 내려진 이용허가 등이 위법한 것이라면 현재 의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2000년 제주특별법 개정 이후 한국공항의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의 근거는 없었지만 2006년 제주특별법에 부칙 규정을 넣어 법률의 제·개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법적 공백에 대한 하자를 치유한 것으로 연장허가의 법적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다. 제주도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있으니 이의 해결방안으로 제주도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도록 했지만,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제주도의회 동의안 심의과정에서 이 문제는 또다시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 

한국공항을 소유한 한진그룹은 제주특별법에서 정한 지하수의 공수화 원칙에도 불구하고 먹는샘물 지하수 증산을 시도하며 수십 년간 지역사회의 논쟁과 갈등을 만들어 왔다. 근래에는 제주도가 지하수 증산 신청을 불허하자 법률소송으로 맞대응하며 지하수 사유화의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40년 가까이 제주의 지하수를 먹는샘물로 개발하여 이윤을 챙겼으면서도 여전히 제주의 지하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에 대한 제주도의 태도는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의 법적 근거 논란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공항의 입장에 서서 대변할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허가를 종식함으로써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제대로 세울 기회이다. 연장허가를 불허할 경우 한국공항의 취소 소송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원칙에 입각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제주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제주도민 모두가 동의하는 “제주자치도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의 자원”이라는 기본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은 이제 끝내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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