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유기동물 보호단체 ‘프렌들리핸즈’ 고인숙-장필순 대표

“반려동물 산업이 발전하고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도 중요해요. 유기동물 사설 쉼터에 오는 봉사자들을 보면 대부분 도민이 아니라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세요. 현장 봉사뿐만 아니라 안 쓰는 이불을 필요한 쉼터에 기부하는 사소한 일도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할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하나의 봉사니까 도민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제주 동반여행에 발맞춰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고 동반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관과 기업의 공존 캠페인 ‘Travel to the end with your pet’의 출발을 알린 10일, 프렌들리핸즈는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통한 아름다운 제주를 꿈꿨다. 

캠페인은 제주향토기업 제우스가 주관하고 제주관광공사가 후원, 프렌들리핸즈와 도내 스타트업인 오래오랩(OLA OLAB), 피터페터(pitter petter), 시와월드 등이 참여하면서 마련됐다. 

반려인이 늘어나고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많아 이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건강한 동반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해 유기동물 쉼터에 기부 물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등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프렌들리핸즈(FriendlyHands)의 고인숙·장필순 공동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프렌들리핸즈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필순은 포크록의 대모로 불린다. 16년 전 제주도에 정착했고, 아름다운 제주에서 얻은 영감으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면서 유기동물 보호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는 등 유의미한 제주 라이프를 살고 있다. 

가수 장필순은 남편 조동익과 제주에서 음악활동 외에는 두 자녀와 유기견을 돌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온 가수 장필순. 장필순 씨는 프렌들리핸즈(FriendlyHands)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10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그는 반려동물들도, 상처입은 생명들도 함께 행복한 제주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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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들과 사람 사이 공존의 다리를 놓고 있는 프렌들리핸즈 고인숙 공동대표.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유기동물할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제주를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인숙-장필순 대표로 부터 제주도내 유기동물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기동물 쉼터로 들어온 친구들이 모두 입양되는 것이 아닐뿐만 아니라, 결국 안락사되는 비율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었다. 

두 대표에 따르면 도내 유기동물은 신고가 접수될 경우 제주도에서 관리하는 쉼터로 들어가 주인을 찾는 10일간의 공고를 거친 뒤 자유의 몸이 돼 입양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쉼터 수용 능력의 한계 때문에 계속해서 신고를 통한 유기동물이 쉼터로 들어올 경우 먼저 들어온 동물들은 결국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프렌들리핸즈에 따르면 이 같은 이유로 안락사를 당하는 유기동물은 전국에서 제주도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반려인이 증가하고 관련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등 이에 발맞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제주에서는 해마다 상당한 규모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7047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이 유기동물로 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숙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반려인이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같은 곳에서는 회사로 다시 복귀하면서 유기동물이 늘어난다고 한다”며 “반려인의 증가는 좋은 일이지만 이런 상황이 제주에서도 생길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는 유기동물 발생이 다른 곳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풀어서 키우는 옛 방식 때문에 읍면지역에서는 여전히 유기동물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섬 특성상 분산될 수 없어 많게 느껴진다.

장필순 대표는 “제주가 섬 지역이다 보니까 유기동물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시각적으로 개체 수가 많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며 “섬을 빠져나갈 수 없으니 밀집도는 높아지고 중성화가 안 된 동물들이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유기동물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고 대표는 “길에 있는 동물들에 대한 신고를 조금만 천천히 해달라. 풀어놓고 키우는 집에서 나온 아이들이 집에 찾아갈 수 있으니 무조건 신고해서 잡혀가게끔 하지 말고 조금만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 역시 “아예 몰골이 너무 힘들어 보이거나 상처가 있는 경우라면 신고해서 치료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며 “시골에서 키우는 분들도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보탰다.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는 유기동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는 유기동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또 읍면지역에 있는 유기동물들을 중성화시켜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읍면지역의 경우 동물병원이 있는 동지역까지 나와야 하는데 반려동물을 풀어놓고 키우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고 대표는 “이 때문에 수의사가 직접 읍면지역으로 출장 나가 중성화 수술을 하는 방법이 논의됐지만, 관련 법에 저촉돼 무산됐다”며 “그나마 최근에 조례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도청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수의사가 읍면지역으로 이동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면 길에 떠도는 유기동물들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 개체 수 확산을 줄이는 등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법뿐만이 아니다. 유기동물을 수술하기 위한 이동형 수술차량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돈이 든다. 결국은 법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돈 때문에 쉽게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고 대표는 만약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차량을 지원해주고 출장에 참여하는 수의사들이 생겨난다면 국내 최초로 유기동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유기동물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같은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이 확대되면서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아쉬운 점이 많다. 

고 대표는 쉼터에 머무는 유기동물들의 입양을 추진하기 위해 사회화 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차별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반려동물 카페에 가면 다른 반려인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은 뒤 전염병 같은 예방주사를 다 놓았느냐고 물어보며 경계한다는 것. 쉼터에 있는 아이들은 필요한 접종을 마쳤음에도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단다.

고 대표는 “내 자식을 이뻐하듯 남의 자식도 이뻐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특히나 제주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그런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뒤처졌다. 분명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렌들리핸즈는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과 따뜻한 사람들의 정성을 잇는 역할을 한다. /사진=프렌들리핸즈 인스타그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프렌들리핸즈는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과 따뜻한 사람들의 정성을 잇는 역할을 한다. /사진=프렌들리핸즈 인스타그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서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 전체가 원할 때 해야 한다”며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자녀들이 원한다고 해서 무작정 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반려동물과의 행복을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원해야 한다는 것. 식사를 챙기고 변을 치우는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살 때 수반되는 문제들을 책임 명목으로 입양을 원했던 구성원에게만 강요하면 스트레스가 되고 결국 반려동물도 행복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반려동물과의 공존은 반려인이 아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반려인들이 먼저 배려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배려하듯 ‘비반려인’을 생각한다면 그들 역시 반려인을 배려하게 되고, 서로 공존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반려동물과의 진정한 공존을 위해 고 대표와 장 대표는 반려인의 배려가 중요하다고 했다. 반려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반려인에 의한 배려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 왜 무섭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 반려인이 가져야 하는 예의가 바탕 된다면 비반려인과의 트러블도 줄어들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고 대표는 “공존이라는 것은 서로의 배려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배려한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개선 될 것”이라며 “나아가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봉사나 후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봉사 방법에 대해 물으니 “봉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산책하고 청소해주는 것도 있지만, 안 쓰는 이불이나 수건 같은 것들 버리지 않고 필요한 쉼터에 주는 것도 봉사”라고 설명했다.

또 “쉼터 연계 병원에다 직접 병원비로 써달라고 기금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방법을 모르겠다면 언제든지 프렌들리핸즈에 연락해 달라”며 “최근엔 어린이집에서 쓰지 않는 놀이방 매트를 기부할 수 있겠냐 해서 쉼터와 이어줬다. 자원도 재활용하고 좋지 않나. 생각을 못해서 그런 거지 방법은 많다”고 소개했다.

고 대표와 장 대표는 “생명을 존중하는 법에 대한 미래세대 교육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사람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지 않나. 공존하면서 살아온 마음이니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오늘 모임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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