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위반 결론 못내려...오름 정상 각종 통신장비에 시름시름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금오름)에 설치된 철탑 통신시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금악오름은 높이 178m, 연면적 61만3966㎡ 규모로 대부분 사유지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금오름)에 설치된 철탑 통신시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금악오름은 높이 178m, 연면적 61만3966㎡ 규모로 대부분 사유지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한라산국립공원 내 오름 훼손 논란과 관련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름에 들어선 시설물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한달째 법리검토만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한반도 남쪽 공역에 대한 항공 감시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레이더시설을 대신해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규 레이더는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인근 삼형제오름 정상 452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연면적 698㎡ 규모로 계획됐다.

국토부는 올해 4월 제주도를 상대로 개발행위허가, 산지전용허가, 국유림 사용허가, 자연공원 내 행위허가, 오수처리시설 신고,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절대보전지역 행위허가를 거쳤다.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인근에 위치한 한라산국립공원 내 삼형제큰오름 정상에서 추진 중인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 현재는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인근에 위치한 한라산국립공원 내 삼형제큰오름 정상에서 추진 중인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 현재는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의소리

10월부터는 굴착기를 동원해 터파기 공사를 진행했지만 절대보전지역 내 행위허가에 대한 법률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서귀포시가 국토부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55조(절대보전지역)에는 한라산과 기생화산 등 절대보전지역에서는 목적에 위배되는 건축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그 밖에 자연자원의 원형을 훼손하거나 변형시키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로 정하는 행위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조례 해석이다. 제주도는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사업부지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현상변경을 허가해 개발행위가 가능하다며 개발행위 허가를 내줬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절대보전지역 안에서의 행위허가 대상) 6항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은 행위는 절대보전지역 내 행위허가 대상에 해당한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금오름)에 설치된 철탑 통신시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금악오름은 높이 178m, 연면적 61만3966㎡ 규모로 대부분 사유지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금오름)에 설치된 철탑 통신시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금악오름은 높이 178m, 연면적 61만3966㎡ 규모로 대부분 사유지다. ⓒ제주의소리

반면 같은 조례 제6조 5항에는 전파법에 따른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중축은 절보전지역 중 기생화산(오름)에서 개발행위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제주도는 공사 중단과 동시에 변호사 등에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법리검토에 들어갔지만 유권해석에 따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조례에서 절대보전지역 내 무선시설 설치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도내 368개 오름에 얼마나 많은 무선설비가 설치됐는지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다.

도내 오름 중 국유지는 107개, 공유지는 57개, 사유지는 204개다. 이중 최소 30곳 이상에 통신기지국과 방송시설, 송전탑 등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름에 들어선 시설물이나 통신시설에 대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항공로레이더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법리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