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33) 사회 환원으로 선순환 꿈꾸는 이성진 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도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매달 수익의 일부를 사랑의열매와 제주적십자사에 기부하고 소년소녀가정에 식품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는 이가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감류인 한라봉을 활용해 가공제품을 만들고 열매솎기 등으로 따낸 덜 익은 감귤을 수매해 기능성 발효 음료 제품을 만들어낸 6차산업인 이성진 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대표다.

6차산업이라는 개념이 세워지기도 전인 2000년대 후반부터 천혜의 자연을 벗 삼아 자라는 제주의 비상품 농산물을 활용,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공품을 만들어왔다.

농업이 희망이라는 말로 농민을 응원하며 청년 농업인의 성장을 위해 후배들에게 자본금도 기꺼이 내어 주고 어차피 갈 때는 빈손이라며 꾸준히 기부활동을 잇는 이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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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제주 농업 발전의 희망의 싹을 틔워내고 있는 이성진 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대표. 꾸준한 기부와 선행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부모님이 새벽부터 덜덜거리는 경운기에 감귤 콘테나를 가득 싣고 진눈깨비 내리는 날 가공용 감귤을 납품하기 위해 공장에서 줄 서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업체가 시간을 조금만 늦춰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 회사는 시간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농민들이 피땀 흘려 키워낸 감귤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 특산물로 유명하고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만감류인 한라봉을 활용해 카페나 식품제조 업체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퓨레 제품을 만들어 낸 이 대표.

그가 한라봉을 가공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라봉 가공 시도가 거의 없었던 2007년이다. 산도가 높은 한라봉이 생산되며 시장에 판매, 소비자들이 한라봉을 외면하기 시작하게 되면서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한 것.

당시 한라봉 외면 현상은 열매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고접재배한 농가들이 처음에는 고품질 한라봉을 재배, 판매했으나 시간이 지나 높아진 산도의 열매를 그대로 판매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라봉을 고접으로 재배할 경우 3년 정도가 지나면 산도가 높아지고 열매 크기가 작아져 맛이 없게 된다. 묘목부터 키울 수 없을 때 사용하게 되는 생산법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품질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는 “당시 한라봉을 사간 관광객이 맛이 없다고 항의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맛볼 때는 맛있었는데 사가서 보니 맛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며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맛없는 한라봉은 많이 생산됐지만, 마땅히 처리할 곳이 없으니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끝에 2008년 한라봉 생산유통가공센터를 지어 먹는 데는 문제 없지만, 흠집이 있어 판매할 수 없거나 산도가 높은 한라봉을 가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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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을 위해 지역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감귤. ⓒ제주의소리
사진=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이 대표의 회사는 한라봉 퓨레와 감귤 착즙액을 만들어 식당과 카페 등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업체가 제주의 농산물을 더 많이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대기업의 대량납품 제안을 고사하기도 했다. 사진=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이 같은 생각은 식품회사 전무로 재직하며 제주 농산물 가공품을 전국 각지의 대형마트에 납품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1년에는 열매솎기 등으로 따낸 덜 익은 감귤을 기능성 식품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감귤을 수매하기도 했다. 적정생산과 품질향상 차원에서 버려졌던 감귤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감귤 생산 농가를 위한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이 대표는 구슬땀 흘려 생산한 감귤의 대가를 농민들이 제대로 받아갈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해거리 농장의 감귤을 전량 수매하고 지역 농민들이 가져오는 감귤은 최대한 받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가공용 감귤도 농민들에게는 고된 노동 끝에 만들어낸 하나의 상품이다. 그래서 농민의 애로사항을 먼저 고려한 뒤 충분한 소득을 얻을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했다. 

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한 한라봉 퓨레는 국내 유명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 식당 등에 납품됐다. 엄격한 대기업 기준을 맞춤과 동시에 품질을 인정받게 된 것. 

이 대표는 성과를 올리며 농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운 것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마음도 애틋했다. 공장을 지어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도 전인 2006년에는 도내 소년소녀가정을 위해 식료품을 전달했다.

또 2016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착한가게 캠페인’, 2019년 제주적십자사 ‘적십자 희망나눔 명패달기 운동’ 등에 동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내 이웃들을 위해 매달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갈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에 나선 것이다. 매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모두가 잘 사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일이자 아름다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요양원 봉사를 갔을 때의 사연을 들려주며 정기적인 후원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중증환자를 모시는 요양원에서 국가 지원을 받기보다 후원과 자체 사업 이익금으로 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했던 것.

요양원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편하겠지만 간섭이 많아 환자를 위한 제대로 된 돌봄을 할 수 없다며 지원을 거부한 것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그는 정기후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기부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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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7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한 당시 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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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은 2017년 제주 우수제품 품질인증(JQ), 2018년 6차산업 인증 등 성과를 거뒀다. 6차산업 인증사업자 현판 위에는 이 대표가 지원한 청년들이 만든 코콘제주협동조합의 현판이 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기부뿐만 아니라 농업의 미래를 위해 불을 밝히기도 했다. 제주대학교 무역학과를 나온 그가 해외 농산물 무역업에 실패한 후배들을 위해 자본금을 지원해준 것. 청년들은 이 대표의 회사에서 코콘제주협동조합을 만들어 제주의 농산물을 가공하고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역 청년들이 지역 대학을 나와 지역 농산물을 가공하며 판매하는, 농업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할 수 있게 힘이 돼줬다. 이들은 조합 설립 3년 만에 약 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년들에게 농업이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30대인 젊은 청년들이 지금의 내 나이인 50대가 됐을 때 얼마나 성장해있을지 모를 일”이라며 “제주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종합회사로 거듭나 농업을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6차산업에 대해선 “이미 원물 생산과 가공, 체험이라는 6차산업 형태로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지금은 체험을 중단한 상태지만 이전부터 6차산업에 대한 필요성은 절감해왔다”며 “제주는 튼튼한 1차산업을 바탕으로 2차, 3차에 이르는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인 2차의 경우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위탁이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며 “6차산업 인증업체들이 솔선수범해 길을 개척하다 보면 뒤이어 도내 많은 농가도 따라오며 성장해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농민이 보내온 감귤을 잘 만들어 팔고, 농민도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상생과 더불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가공용 감귤을 보낼 때도 상품을 판매한다는 마음으로 잘 선별해 보내주시면 그 결실을 꽃피워 보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한라봉과 감귤 가공에 사용되는 설비. 사진=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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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전경. ⓒ제주의소리
사진=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주)바이오제주와 협업해 만든 '제주랑 천혜향감귤주스' 제품. 사진=제주자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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