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제주책 자파리 프로젝트...“동시, 아름답게 세상 바라보게 해” 

“저는 처음에 시를 쓰다가 최근 들어 동시로 왔는데요, 시를 쓸 때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뚱뚱한 시인이 없더라고요. 고뇌를 하기 때문인지 전부 마른 체형이라 ‘나는 시인이 맞나?’, ‘(같은 시인인데 나는) 왜 식탐이 있을까’라고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다가 방정환 시인 사진을 봤습니다. 어린이날을 만든 시인인데요, 그 분도 뚱뚱하더라고요. 비로소 나는 동시인가 보다 했습니다.(웃음) 동시가 왜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저는 이게 동심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먹고 싶으면 먹는 거죠. 저도 어릴 때 형과 서로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싸우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솔직함이 동심 같습니다. 동심을 가진 어린이가 있기에 동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동시가 왜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시인이 솔직 담백하게 대답하자 아이, 부모 모두 웃음이 나왔다. 여기에 가수는 재치 넘치는 제주어 노래와 함께 "아름답게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동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4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린 ‘2021 부모아카데미-제주책 자파리 프로젝트’ 두 번째 날은 아이들이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동시와 제주어를 접하는 시간이 됐다.

ⓒ제주의소리
14일 '2021 부모아카데미-제주책 자파리 프로젝트'가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13일 첫 날에 이어 이날도 시인 강은미(학부모교육강사)가 사회를 맡고 시인 현택훈과 ‘제주어 가수’ 박순동이 함께 출연했다.

현택훈은 최근 자신이 펴낸 동시집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을 통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현택훈 시인. ⓒ제주의소리

그는 “많은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제주어도 멸종위기 상태이다. 이번 아카데미 제목에 ‘자파리’라는 단어가 들어갔는데, 제주어 자파리는 표준어로 풀면 ‘쓸데 없는 짓’, ‘딴짓’ 정도가 된다. 자파리는 예술인을 부르기도 한다”라며 “두점박이사슴벌레가 사라지든 말든 내 삶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작은 곤충과 사람이 함께 생태계를 유지하며 사는 게 지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박순동은 자신의 제주어노래집 ‘돌하르방 선생님의 웃당보민 제주어 노래집’(2019)을 참석자들과 함께 보면서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강은미 시인. ⓒ제주의소리

그는 제주어 노래를 부르는 이유에 대해 “예전부터 소리, 노래를 잘하고 싶었다. 영화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과 함께 제주문화살리기 운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주다운 소리를 찾고 싶은 고민에 빠졌다”면서 “답은 명확했다. 바로 제주어로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주어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제주어 시집을 찾고 어린 시절 추억을 제주어로 풀어내다보니 한 권의 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박순동 가수. ⓒ제주의소리

현택훈은 ‘따뜻한 사랑을 느껴본 경험’을 묻는 질문에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학교 숙제로 독서 감상문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집에 책이 많이 없어서 엄마에게 퇴근길 시내에서 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기다리던 엄마가 사온 책은 동시집이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이원수 작가의 ‘너를 부른다’이다”라며 “어머니가 왜 동시집을 사왔을까 궁금했는데, 내가 그 영향으로 계속 시를 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중학교 때는 음악을 좋아해 라디오를 듣는 모습을 보고 부활, 백두산 같은 카세트테이프도 사주셨다. 지금도 남아있는 제주여상 앞 레코드 가게 ‘전람회’였다”고 추억을 꺼냈다.

박순동은 ‘동시가 왜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자신의 책 150쪽에 실린 노래 ‘아니다’를 들려줬다. 시인 이정록이 쓴 시에, 박순동이 곡을 붙였다.

아니다
이정록

채찍 휘두르라고 
말 엉덩이가 포동포동한 게 아니다.

번쩍 잡아채라고
토끼 귀가 쫑긋한 게 아니다.

아니다.
꿀밤 맞으려고
내 머리가 단단한 게 아니다.

박순동은 “순종 하는 아이, 어른의 말에 복종하는 아이가 우리 세대까지 생각한 아이상이라면 이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 아이가 존중받아야 하는 시대가 돼야 아름다운 시대다. 깨달음을 얻고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는 동시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날 아카데미에서는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제주어로 바꿔 부르거나, 동시와 노래 내용으로 퀴즈를 내는 등 관객 참여 행사도 마련해 호응을 얻었다. ‘아니다’ 시를 읽고 ‘이건 아니다’라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묻는 사회자 질문에 7살 아이는 “엄마, 아빠가 싸울 때”라고 답하며 마냥 웃지 못 할 상황도 만들어졌다.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은 박순동의 선창에 따라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제주어로 바꿔 불렀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노래를 따라하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부모와 아이가 단상 위로 나와서 노래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부모와 아이가 단상 위로 나와서 노래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현택훈은 ‘어떻게 아이들이 동시를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되, 미션 수행하듯 조건을 주면 참여하기 수월하다. 예를 들어 우리말 사전에 나오는 '낯선 낱말 세 개 이상 쓰기' 같은 조건을 달면 신기하게 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순동은 “아무 말 잔치처럼 해보자. 핵심 단어를 두고 즉흥적으로 말을 던지다보면 재미있는 것이 나온다. 그리고 아이들의 아무 말에 어른들이 호응하며 칭찬한다면 더 재미있게 느낄 것이다.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2021 부모아카데미’는 제주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한다. 올해 부모아카데미는 1-3강까지는 보편적 주제의 대중 강연을 개최한 가운데, 4~17강은 ‘책으로 대화하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로 진행한다. 18~20강은 서귀포시에서 책을 주제로 한 ‘릴레이강연’으로 진행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