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18일에 치러진다. 수능 준비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변수도 함께 대비해야 했던 모든 수험생들에게 따듯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초·중·고 12년 학업 활동의 최종 결산이다. 현재 대한민국 초·중·고 교육의 상당 부분이 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업의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교육과정이라는 둥지 안에서 기초학력을 보장받는 것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다.

현재 대한민국 기초학력 수준은 시쳇말로 ‘폭망’ 수준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대면수업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육당국은 서열화를 지양한다는 명분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 학생들의 기초학력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어떤 학생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학생 본인의 능력이다. 학생의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며 개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학업의 초기 출발 단계에서 부진이 시작되면 헌법상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의 목적이 인격,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길러주는데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자주적 생활능력은 경제활동을 통해 자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생존능력으로 학습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교육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대한민국 교육이 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체(體)·덕(德)·지(智)의 전인교육이다.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보살피고, 인성을 잘 갖추도록 도우며, 지적 능력을 개발시키는 등 성장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 중 ‘자주적 생활능력’과 연계된 ‘지성의 성장’은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 결정적 시기를 몇 차례 놓치게 되면 지속적으로 부진이 누적되고, 결국 학습을 향해 열려있는 문이 닫히게 된다.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 미미하게 벌어진 틈은 나중에는 시작이 같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크게 벌어져 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학력의 부진문제는 초기 단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게 수업하는 것은 교육이념에 따른 필수적인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별 수준이나 학습격차가 이전보다 더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수업을 위해 학생들 개개인의 학력수준 파악이 더 중요해졌다. 벌어진 학습격차를 해소하고,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결작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서 선결작업이란 학생들의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 즉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를 말한다.

고창근. ⓒ제주의소리
고창근. ⓒ제주의소리

일상생활에서 삶을 영위하고 학습을 지속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문해력과 수리력 등 최소 성취기준인 기초학력은 공정하고 행복한 출발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최소한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의 기초학력은 교육 당국에서부터 무한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뉴노멀 시대의 교육은 새로운 시선을 요구하는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같이 기초학력 확인 지표가 서열화를 양산한다는 생각이 아닌, 학생의 발전 지표로 재고해봐야 한다. 기초학력을 파악하는 객관적인 지표로 학생 개인의 능력에 맞춘 균형개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 (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국장 고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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