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천년의시작.

시인 ‘진하’의 새 시집 ‘제웅의 노래’(천년의시작)가 최근 발간됐다. 앞서 ‘산정의 나무’, ‘아내의 시’를 펴낸 바 있는 시인은 8년 만에 새 시집을 들고 왔다.

이 책은 사람 모양의 짚 인형 ‘제웅’을 통해 우리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비춰본다. 동시에 그림자처럼 우리 곁을 늘 따라다니는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책 해설을 맡은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제웅은 짚으로 만든 인형이다. 누군가를 대신하지만 누구도 아니다. 의미를 가지지 못한 존재인 우리 모두는 사실 유한한 짧은 시간 속에서 살다 가는 제웅일 뿐”이라며 “내 삶과 내가 살았던 시간이 사실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바로 이런 제웅으로서의 모든 존재들의 흔적을 탐색하여 그 짧은 삶의 시간을 위로하려는 진혼가”라고 소개한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결국 삶은 사랑의 힘으로 죽음과 대결하는 결투다. 시는 말의 힘으로 분열된 영혼을 구제하려는 랩소디이자 죽은 영혼을 위무하려는 레퀴엠이고, 한 세월을 살고 사라지는 삶의 노래는 광시곡과 진혼가가 뒤엉킨 넋두리가 아닌가”라고 소개했다.


진하 

살아 있다는 건 살이 있는 거
그대가 내 곁에서 숨 쉬고 움직이고
손을 잡을 수 있고 심장이 뛰고
손아귀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거

살아 있음이 삶이고
살음으로써 사람이 되고
삶을 살고 살림을 이루나니

살이 온 생명의 에너지로 
사랑과 즐거움으로 살을 태워
불처럼 살아나고 살아 오르고 

끝내 삶을 불사르고 흔적을 지우며
살아지고 사라지나니! 
막막히 사라지나니!

시인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살면서 죽음과 소멸에 대해 의식하곤 한다. 그 모습은 마치 분신과 같아, 내면 안에 자리잡아 또 다른 나로서 분열돼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 마음속에는 제웅 하나씩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밝혔다.

진하는 1968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대학원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녹색평론’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30년 넘게 고향을 떠나 지내지만 언제나 고향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작가다.

132쪽, 천년의시작,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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