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국립묘지 인근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으로 이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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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충혼묘지에 있다가 지장물로 지정돼 철거된 박진경 추도비가 지난주부터 제주시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산록북로 변)으로 이설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진경 추도비(맨 왼쪽) 등 총 4기의 비석이 이설 작업 중이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제주4.3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가 논란이다. 

15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시 충혼묘지에 있다가 지장물로 지정돼 철거된 박진경 추도비가 지난주부터 제주시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산록북로 변)으로 이설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에 설치돼 있던 박진경 추도비. /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의소리

어승생한울누리공원은 제주국립묘지 ‘호국원’이 조성되는 제주시 충혼묘지 북측에 맞닿은 곳에 위치했다. 심지어 인근에는 4.3의 아픔이 서려 있는 유적지 ‘아흔아홉골’이 있다. 

제주도 보훈청 측은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한 것이 아니라 호국원 조성 과정에서 지장물로 지정된 박진경 추도비를 비롯해 공비 완멸 기념비 등을 해당 지역에 옮겨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4.3 민간인 학살에 불을 지핀 박진경 추도비를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던 4.3유족과 시민사회의 입장과 다른 조치다. 

이와 관련해 보훈청 관계자는 “호국원 조성을 위해 박진경 추도비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국가보훈처의 의견에 따라 박진경 추도비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추모 공간으로 조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보훈청은 추도비 ‘폐기’ 등 도민 여론에 대해서는 “아직 폐기 등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제주의소리]가 15일 현장 취재한 결과, 박진경 추도비 외에도 '공비 완멸 기념비' 등 총 4기의 비석을 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군 소위 출신인 박진경은 제주4.3 당시 초토화 작전에 불을 지핀 인물이다. 

1948년 5월6일 제주에 온 박진경은 연대장 취임사를 통해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말하면서 수천명의 도민을 강압적으로 체포했다. 

1952년 10월 24일자 '불멸의 공훈을 추념' 박진경 대령 추모비 제막 관련 언론 보도. /4.3기념사업위 ⓒ제주의소리

미국정은 박진경의 체포 작전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제주 입도 한달도 안된 1948년 6월1일 박진경을 대령으로 진급시켰다. 

진급 이후에도 무자비한 작전을 일삼은 박진경은 그해 6월18일 부하들에 의해 암살됐다.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 박진경은 “이처럼 중산간 마을을 누비고 다니면서 불과 한달 사이에 수천명의 포로를 양산해낸 박진경 연대장의 작전은 주민들을 더욱 산으로 도망치게 했고, 자신은 암살당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돼 있다. 

박진경 추도비는 1952년 11월 ‘제주도민 및 군경원호회 일동’ 명의로 제주시 관덕정 경찰국 청사에 박진경의 추도비를 세웠고, 이후 추도비는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로 이설됐다. 

추도비에는 “공비 소탕에 불철주야 수도위민의 충정으로 선두에서 지휘하다가 불행하게도 장렬하게 산화하시다”라고 적혀 있다. 4.3 당시 억울하게 체포되거나 목숨을 일은 수많은 민간인이 ‘공비’로 전락한 셈이다. 

왼쪽부터 서울 현충원에 설치된 박진경 비석과 남해군민공원에 있는 박진경 동상. / 4.3기념사업위 ⓒ제주의소리

현재 서울 현충원과 남해군민공원에 박진경의 비석과 동상 등 추모시설이 세워진 상황이며, 제주시 충혼묘지에 있던 박진경 추모비는 제주국립묘지 ‘호국원’ 조성사업 과정에서 지장물로 지정돼 임시 철거돼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으로 옮겨졌다. 

박진경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떠나 제주에서만큼은 4.3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에 대한 추도비를 폐기하거나 추도비 옆에 4.3 당시 박진경의 행적을 설명, 가슴아픈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도민사회의 의식이 짙다. 

추도비 이전에 대해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4.3기념사업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4.3 학살의 주범 박진경 ‘단죄비’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4.3기념사업위는 성명에서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 등에 따르면 다음 달인 12월 16일 국립 제주 호국원이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기존 제주시 충혼묘지 입구에 있다가 임시 철거된 박진경 추도비를 이곳 국립 호국원 인근에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4.3기념사업위는 “4.3 학살과정에 박진경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명백하다. 추모하거나 추도할 인물이 아니라 4.3 학살의 주도자”라며 “도민 3만여명의 희생을 부른 장본인 중 하나다. 추모해야 하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단죄해야 할 인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차라리 박진경 ‘단죄비’를 세워야 한다. 4.3평화공원 구석에라도 옮겨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되 잘못된 행적으로 제대로 기록한 ‘단죄비’를 세워 역사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제주도민의 뜻을 모아 박진경 추도비 철거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진경 추도비 국립묘지 설치 반대한다.”
- 4·3 학살 주범 박진경 ‘단죄비’를 세워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4·3 당시 무차별적인 진압작전을 펼쳤던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를 국립묘지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 등에 따르면 다음 달인 12월 16일 국립 제주 호국원이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기존 제주시 충혼묘지 입구에 있다 공사과정에서 지장물로 지정돼 임시 철거된 박진경 추도비를 이곳 국립 호국원 인근에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박진경 추도비는 4·3 당시 도민들에 대한 무차별 진압 지시 논란에도 지난 1952년 11월 제주도 내 기관장 등은 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 박 대령의 추도비를 세웠고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자리로 이설됐다.

국립 제주호국원이 추진되면서 박진경 추도비는 공공사업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支障物)로 지정돼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 시설물이었다. 지난 2019년에는 박진경 추도비를 한라산 관음사 육군 특수전사령부 내로 옮긴다는 이야기도 나돌았으나 당시 관련 부처에서는 “논란이 되는 인물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4·3 학살과정에서 박진경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명백하다. 추모하거나 추도할 인물이 아니라 4·3 학살의 주도자 일 뿐이다. 제주도민 3만의 희생을 불러온 장본인 중 하나로 추모해야할 역사적 인물이 아닌 단죄해야할 것 인물에 불과하다.

현재 4·3 진압 작전을 주도했던 박진경과 관련한 추모시설은 서울 소재 국립 현충원에도 있으며, 박진경의 고향인 남해 군민공원에도 동상과 추모시설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차라리 박진경 ‘단죄비’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 제주도의회에서도 언급됐듯이 지금의 박진경 추도비를 4·3평화공원 한 쪽 구석에라도 옮겨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되 그 잘못된 행적을 제대로 기록한 ‘단죄비’를 세워 역사를 제대로 세우는 일도 충분히 공론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 4·3 학살의 주범인 박진경 추도비 국립묘지 설치를 강행한다면 제주도민들의 뜻을 모아 반드시 철거운동에 나설 것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2021년 11월 15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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