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JDC AI 대학생 아카데미] 신상규 이화여대 부교수, “동물-기계, 새로운 개념과 서사 고민해야”

ⓒ제주의소리
2021 JDC AI 대학생아카데미 2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진행중인 신상규 이화여대 이화인문화학원 부교수. ⓒ제주의소리

디지털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AI시대의 신인류 ‘포스트휴먼’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하는 강연이 열렸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2021 JDC AI 대학생아카데미가 16일 비대면 온라인 영상으로 2021년도 2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공개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의 공동저자 신상규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부교수가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신 교수는 과학 기술이 촉발한 사회 변화를 설명하며, “인간이 점점 기계화되고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 인간과 비인간, 마음과 물질의 구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최근 그런 구분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도 다양한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조차도 모호하다”며 인간사회를 이해했던 기본 범주가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AI이 구현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을 난이도에 따라 높은 지형으로 표현한 모라벡의 지형도. 최근 AI의 발전으로 상당부분이 물에 잠긴 것처럼 표현되고 있다. 자료=신상규 이화여대 이화인문화학원 부교수.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용어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은 ‘산업’에 국한된 표현인 느낌을 주는 용어다. 저는 조금 더 사회 전체 양상을 뒤바꾸는 변화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런 변화를 단순히 산업적인 수준의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더 포괄적으로 4차 혁명으로 정의하는 철학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플로리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정보기술로 촉발된 정보혁명은 인간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인간학의 4차 혁명을 추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오늘날 우리는 인류세, 기후변화, 생태위기, 빈부격차의 확산 등 중대한 문제 상황에 처해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기후위기, 자본주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굉장히 불확실하다. 이는 4차 혁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해결할지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인간과 다른 존재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재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며 ‘포스트휴먼’적 전환을 설명했다.

신 교수는 “포스트휴먼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태도다. 말 그대로 ‘인간 이후’라는 뜻이다. ‘인간을 뛰어 넘는다’는 의미도 있다. ‘인간 다음’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의 입장을 중심으로 말하려고 한다. 이때의 포스트휴먼은 탈휴먼, 탈인간주의라고 이야기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이 기계중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 자체가 기존의 인간들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고 차별하는 하나의 위계적인 이데올로기로서 사용됐다고 본다. 따라서 위계적 개념으로서의 인간 개념을 해체하고, 더 탄력적이고 덜 위계적인 공존에 입각한 탈인간 개념을 지향하는 게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이라고 정의했다.

과학기술자 로지 브라이도티가 설명한 포스트휴먼의 조건. 자료=신상규 이화여대 이화인문화학원 부교수.

신 교수는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을 구성하는 입장들을 설명하며, 포스트휴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첨단기술 속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나 자본주의 문제를 우리가 탐사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윤리와 정치적 실천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포스트휴먼 담론의 과정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타자와의 조화로운 공생을 모색하고,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지 고심이 필요하다. 이때 동물, 기계 개념은 가치중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저변에는 인간의 가치가 개입된 전통적인 개념이 사용된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 새로운 서사를 고민해야 하고, 포스트휴먼이 그러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새로운 서사 주체로서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