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왜 정치를 하는가?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나갈 후보를 확정했다.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도 결정됐다. 이제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수)까진 112일이 남았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열혈 당원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찍겠지만, 열혈 지지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무도 찍지 말자는 생각까지 들 것 같다. 이번 선거 만큼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를 선거는 드물 정도다. 

선거 정치

더불어민주당은 화천대유가, 국민의힘은 고발사주가 발목을 잡는다. 두 사안 모두 검찰과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수사 결과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서로가 상대방의 약점을 캐고 있는 상황이니 어떻게든 수사를 안 할 수도 없다. 

어떤 사안은 제대로 수사되고 어떤 사안은 안 되면 어쩌나? 공정한 수사여야 하는데, 수사하는 기관과 수사관의 마음이 다 같지 않다. 범죄임에도 증거가 없어 묻힐 수도 있고, 증거가 드러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수사와 맞물린 보기 드문 선거가 됐다.

평소 같으면 관심두지 않을 소소한 것까지 선거 소재로 터져 나온다. 후보의 말 한마디, 글씨 하나, 태도 하나를 언론은 놓치지 않고 문제 삼는다. 특정 언론사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일수록 더 그렇다. 조금이라도 상대방 후보 이미지를 나쁘게 해서 표심을 돌리려는 의도가 보인다. 선거판에 배려는 없다. 

서로 정권(政權)을 차지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정권 탈취’라고 표현하면 과한 표현일까? 선거 때만 국민을 섬긴다고 할 뿐, 선거에서 이긴 후에는 나 몰라라 할 게 아닌가! 국민은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 좋은 점은 부풀리고 나쁜 점은 감춘다. 상대방을 프레임에 가두려는 선거공략이 난무한다. 표를 얻기 위해 기존 정책을 수정한다. 선거판에서 정의를 찾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최근 부동산 정책을 두고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국토보유세 도입과 종부세 전면 재검토로 선명한 정책 차이를 드러냈다. 이번 대선 정국이 정책 대결의 장이 될지, 후보와 후보 가족의 도덕성이 계속 도마에 오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래 권력의 적합성’ 못지않게 ‘정권심판론’은 어느 대통령 선거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한쪽에선 ‘정권 재창출’을, 다른 쪽에선 ‘정권 심판’을 부르짖는다. 현 정권의 지지율에 따라 양쪽의 스탠스는 달라진다.

근로기준법 10조는 공민권의 보장 조항을 두고 있어 사용자의 투표시간 부여를 의무화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정치는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매우 유력한 방법이자 수단이다. 민생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인들이 그저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생 정치

이회창 전 총재가 ‘이회창 회고록’에 남긴 말이 꽤 인상적이다. “나의 삶을 법관, 중앙선관 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 공무원 사회에서 보낸 반생과 그 후 정계로 들어와 정치인으로서 보낸 반생으로 나누어 본다면 눈앞에 서로 다른 두 개의 광경이 떠오른다. 하나는 잘 정돈된 정원의 정경이고, 다른 하나는 곳곳이 진흙의 늪과 가시덩굴로 덮인 삭막한 전쟁터의 정경이다. 정치는 정권을 쟁취하려는 전쟁터였고 여기에서 최고선은 정권을 잡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삶과 존엄을 찾아주는 튼튼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고 봤다. 민생에 대한 정치인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정치에서 답을 구하고자 할 때면, 정치판은 몸을 담그면 안 되는 험난한 곳이라는 인식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우리나라 정치는 여전히 3류라는 인식도 한몫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를 살펴보면, 정치가 사회 발전의 장애가 되는 현실을 목도한다. 하지만 위대한 정치를 통해 그 나라의 공공 시스템이 구축된 예를 몇몇 선진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스웨덴의 ‘국민의 집’ 역사나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의 힘이 확인된다. 최근 물러난 메르켈 총리는 얼마나 정치를 잘 했던가!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제44대 대통령 오바마는 그의 책 ‘담대한 희망’에서 “왜 정치판처럼 더럽고 추잡한 곳에 뛰어들려고 하는가?”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런 회의적 시각을 갖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정치에는 또 다른 전통이 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고 분명한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는 서로서로에 대해 관심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힘이 분열시키는 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이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상당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약간만 조정해도 모든 어린이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고 국가적으로 당면한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잘 대처할 수 있다.” (이회창 전 총재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는 별개로 책에 있는 내용을 서술한 것이다.)

정치는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매우 유력한 방법이자 수단이다. 시민 혁명은 사회 부정의에 저항하고 사회 부정의를 무너뜨릴 수 있어도 민생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인들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정권 다툼을 하는 것이다. 그럴 거라고 믿고 싶다. 그저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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