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⑭ / 안익주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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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중산간 일대에 고르게 퍼져있는 상명공동목장은 전통적인 목축경관자원을 지켜나가며 나름의 수익모델을 창출해 낸 모범적 케이스다. 부지 내 200여두의 소를 키우는 목장을 운영하는 것에 더해 풍력발전기 7기를 세우며 추가적인 수익을 담보하고 있다.
목장을 둘러싼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이전부터 개발자본의 숱한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일대의 8개 마을공동목장 중 이미 6개는 사라졌고, 인근의 금당목장과 더불어 목축경관 공동자원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다.
지난 13일 '탐나는가치 맵핑, 제주' 프로젝트팀과 동행한 안익주 상명리공동목장 조합장은 목장에 대한 자부심을 자신있게 피력했다. 갖은 풍파 속에서 마을을 지켜냈음은 물론, 조합원 간의 갈등도 유연하게 중재해 낸 결과에 따른 자부심이었다.
상명마을목장에 대해 자랑할만한 점을 묻자 안 조합장은 주저없이 "아름다운 경관"을 첫 손에 꼽았다. 실제 목장 남쪽으로는 멀찌기 한라산과 곳곳에 솟아오른 오름이, 북쪽으로는 한림 앞바다가 한 눈에 펼쳐져 있다. 목장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오르자 프로젝트 참가자들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안 조합장은 빙 둘러진 오름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누가 보더라도 개발에 욕심이 나는 곳이지 않겠나. 목장조합 내부에서도 그냥 팔아서 리조트를 짓거나 해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그간의 고충을 전했다.
안 조합장은 "목장은 윗대의 마을주민들이 대대손손 물려온 자산이지 않나. 지금은 마을에서 무상으로 임대를 받아 풍력발전기로도 빌려주고, 축사로도 빌려주고 있다. 재산을 잘 보존해서 수익을 얻게됐으니 주민들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 유치로 얻은 수익으로 요양원과 같은 복지시설을 운영해보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재는 잠시 미뤄둔 상태다. 자산과 자원을 지켜두고 있으면 언제든지 시대에 맞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안 조합장은 "자부심은 있지만 정작 소득이 없어서 조합원들에게 분배를 하지는 못한다. 마을로 가는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내주자는 의견도 있지만, 돈이 나가는 순간 분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 현재는 분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난개발이 아닌 또다른 수익사업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실제 내부 갈등을 잠재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도 오래전 마을을 떠난 이들이 뒤늦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통에 법적다툼까지 진행하고 있다
안 조합장은 "수십 년 전 이미 마을을 떠났던 주민의 손자, 증손들이 뒤늦게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며 "조합원으로서의 자격은 결국 목장을 함께 돌보고 관리했느냐로 판단해야하지 않겠나. 때가 되면 잡초·가시나무를 제거하고 울타리를 친 조합원들과 고향을 떠난 이들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었다"고 내부의 철칙을 전했다.
조합 자산을 지분 등기한 것이 아니라 공동소유로 묶어 놓은 것도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조합원 자격 매매를 금지토록 하고 상속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승계되지 못할 시에는 조합원 자격이 자동 소멸되도록 규정했다. 그는 "조합원 자격이 매개가 돼 고향을 찾는 사례도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웃음 지었다.
광활한 초지를 잃게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안 조합장은 "예전에는 행정에서 비료도, 종자도 지원해줬지만, 이후 비료 대신 액비를 뿌려 사용하라고 하면서부터 토지가 황폐화됐다. 초지를 복원해보려고도 했지만, 너무 막대한 비용이 소모돼 포기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최근 목장 대부분이 곶자왈보호구역-곶자왈관리구역에 편입됨에 따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을지도 우려했다. 안 조합장은 "우리도 환경을 훼손할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토지를 팔지 않았겠나. 목장 초지를 보존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사업을 진행할 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