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18일 오전, 월정리 주민들 출입구서 공사 차량 막아…대치 상황 지속

ⓒ제주의소리
18일 제주도상하수도본부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자 월정리 주민들은 길목을 막아서 증설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행정과 지역 주민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관련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주민 반발로 무산된 이후 중단돼 왔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가 18일부터 재개될 예정이었던 가운데 주민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나섰다. 

취재기자가 월정리 현장을 찾아보니 주민들은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트랙터 등 농기계와 차량들을 배치하고 진입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바닥에 앉아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음식을 공수해와 현장에서 먹는 등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하수처리장이 증설돼선 안 된다는 의견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18일 제주도상하수도본부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자 월정리 주민들은 길목을 막아서 증설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18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주민들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막기 위한 현수막을 내걸고, 진입로 길목을 트랙터와 차량 등으로 막아섰다. ⓒ제주의소리

이날 현장에는 해녀들을 포함한 월정리 주민 70여 명이 나와 있었으며 기자가 방문하자 목소리를 높여 행정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이 하수처리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환경보전과 생계 대책 마련이 주된 이유였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담수가 바다로 흘러가면서 해녀 주 소득원인 소라나 전복 등이 살 수 없는 생태계 환경이 됐다는 것. 

지금도 하수처리장 배출수 때문에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하수처리장이 증설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 해녀들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자원순환센터 침출수 이송 금지, 삼화지구와 임시로 연결된 하수관의 폐쇄 등을 요구하며 동부하수처리장으로의 하수 유입량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앞서 상하수도본부는 제주시 동지역 하수량을 분산하기 위해 삼화지구 하수를 동부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며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침출수 처리도 계획한 바 있다.

김영숙(69) 월정리해녀회장은 “바다에 담수가 들어가면서 생태계가 다 죽었다. 소라나 전복같은 물건을 잡아야 밥벌이가 될 텐데 안 되는 상황이다”라면서 “지금도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증설을 한다고 하니까 해녀들은 절대 반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생태계가 다 죽고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해녀들은 뭘 먹고 사나. 가뜩이나 물질하기가 힘든데 더 힘들어질 것을 생각하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살아야 마을도 있고, 구좌읍도 있고, 제주도도 있고, 나라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쩔 수 없다면 해녀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할 것 아니냐. 대책도 없이 공사를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우리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랙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문 앞에는 해녀들이 사용하는 테왁이 깔려 있다. ⓒ제주의소리
트랙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문 앞에는 해녀들이 사용하는 테왁이 깔려 있다. ⓒ제주의소리
증설 반대 플래카드가 걸린 트랙터가 동부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막아섰다. ⓒ제주의소리
증설 반대 플래카드가 걸린 트랙터가 동부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막아섰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도상하수도본부는 4년여간 공사하지 못한 동안 적정 처리량을 넘어서는 하수 유입이 이뤄져 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주민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삼화지구 하수 이송 금지, 제주자원순환센터 침출수 이송 금지를 약속했음에도 삼화지구를 잇는 공공하수관로를 절단하라는 요구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도상하수도본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18일 공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주민과의 대화를 병행하며 협의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김태종 도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주민 요구를 대부분 수용함에도 불구하고 협의가 타결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월 17일 마을 측에서 한 달 동안 논의할 기간을 달라고 해 11월 17일까지 시간을 드리기도 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시설 용량 대비 일용량이 초과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는 시급한 상황”이라며 “오랫동안 시간이 지체된 만큼 빠르게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오늘처럼 공사가 지연된다면 공무집행방해 등 고발조치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화지구 공공하수관로 폐쇄와 관련해서는 “비상시 대비도 해야 하는 데다가 공공시설물을 함부로 손괴할 수는 없다”며 “삼화지구 하수를 보내지 않기로 했고 필요하면 공증까지 서겠다 한 상황에서 관을 절단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내일도 월정리사무소에서 주민 대표분들과 대화를 진행키로 했다. 시급한 공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주민 협의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대화해 나갈 것”이라며 “최대한 이견을 좁혀 공사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부하수처리장은 2007년 7월 하루 처리량 6000t 규모로 문을 연 뒤 인구와 관광객 증가로 7년만인 2014년 8월 처리 규모를 2배인 1만2000t으로 늘렸다.

이마저도 현재 조천읍과 구좌읍 주민 4만 1000여 명의 하수를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한계치에 도달하자, 상하수도본부는 2017년부터 증설 공사를 추진, 지금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순번을 바꿔가며 야간에도 출입구 봉쇄를 이어갈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