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이경용 "도민 공론화 없이 직선제 포기, 줄세우기 만연할 것"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그간 심도있게 논의돼 온 '행정시장 직선제'를 제쳐두고 제주 국회의원들이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 내용이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정치권의 말 바꾸기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경용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서홍·대륜동)은 18일 제400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을 상대로 한 도정질문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고, 정부도 도민 의견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의원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했다"며 "당연히 직선제를 발의할 줄 알았는데, 제주 국회의원들은 갑자기 행정시장 예고 의무제를 발의했다. 저의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과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시장 예고제 의무화 조항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함에 따른 반발이다. 

이 의원은 "공론화도 안했고, 토론회·간담회도 없었고, 도의회와 의견을 나눈 것도 아니다. 도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의 당론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설사 당론으로 정한다 하더라도 그건 도민의 뜻이 아니다"라며 "갑자기 이 두 분이 행정시장 예고의무제를 지방선거 6개월 남겨둔 시점에 발의한 이유가 무엇이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최근 실시한 제주도 공무원 패널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이 조사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응답한 공직자의 55.4%가 '찬성한다'고 밝혀 27.7%에 그친 '반대한다'는 의견 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행정시장 임명예고제와 관련 이를 의무화하도록 해야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4%는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반대 의견을 냈고,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41.6%에 그쳤다. 공무원 패널조사 결과를 온전히 도민의 뜻으로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역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명백히 드러낸 결과다.

이 의원은 "지금 행정시장 예고의무제를 발의한 의미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많이 깔려있다. 도지사 선거를 두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나쁜 저의가 담겨있다고 본다"며 "형식적으로는 행정의 책임성 강화를 명분으로 달겠지만, 외부적으로는 자기 사람 심기에 따른 줄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논의가 고착화 돼 이후 행정시장 직선제는 물론,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이런 논의 과정의 정책 혼선이 중앙에 전달되면 '도대체 제주도의 입장은 뭐냐, 왜 이리 오락가락하지 않느냐' 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제주도의 분명한 입장을 전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할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나 직선제로 가는게 맞는지, 밝혀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겠지만, 제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권고라도 해야 한다"고 답변을 요구했다.

구만섭 권한대행은 "(국회)행안위에 여야 의원이 다 있기 떄문에 충분히 토론을 할 것이고, 입법적으로 결정되면 제주도는 그에 따라 준비작업에 들어가는 체제로 진행될 수 밖에 없지 않나"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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