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쉰 일곱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예전 제주에는 집집마다 ‘돗통시’가 있었다. 돗통시는 돼지우리와 변소를 합친 공간으로 그 울타리를 돌담으로 둘러쌓아 만들었다.
예전 제주에는 집집마다 ‘돗통시’가 있었다. 돗통시는 돼지우리와 변소를 합친 공간으로 그 울타리를 돌담으로 둘러쌓아 만들었다. 1971, 이토아비토. 제공=제주학연구센터.

1. 제주 돗통시 보리밭 요소 거름, 자연 재순환(自然再循環)구조: 쇠거름-돗통시-보리밭

요소비료가 없을 때, 제주는 자연 질소비료인 돗(돼지)통시거름 덕을 봤다. 제주의 옛 화장실은 ‘통시’ 또는 ‘돼지가 있는 변소’라는 의미에서 ‘돗통시’라고 불렀다. 돌로 돼지우리를 만들고 그 한쪽에 한 자쯤 높이로 돌을 높이 쌓은 데 디딜팡(넓적한 받침돌) 두 개를 얹어놓으면 바로 화장실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사방이 딱 막히고 안에서 문고리를 단단히 잠그는 그런 장소가 아니라, 탁 트인 채 대자연과 호흡하며 일을 보았다. 

‘통시문화’는 자연재순환(Natural Recyling) 구조다. 사람이 배설을 하고 그 배설물을 돼지가 받아 먹고 돼지의 배설물과 쇠막의 쇠 거름을 돗통시로 옮기고 돼지가 삭여 만든 퇴비를 쇠스랑과 갈채로 담아 마당에 퍼내서 소로 보리씨와 같이 짙밟아 놓은 것이 보리 퇴비다. 헤진 ‘갈중이’를 입고, 검은 고무신을 신고, 통시 안으로 들어가서 쇠스랑으로 잘 삭은 퇴비더미를 한 겹씩 걷어냈는데 60년대의 즐거운 추억이다. 퍼낸 거름은 집 앞의 올래에 네모지게 잘 단장해서 쌓아놓아 11월 말이 되면 동네 집집마다 거름더미들이 놓여있어 은근한 그 향내가 동네 가득 번지기도 했다. 이 잘 삭인 거름을 콩그루 밭에 뿌리면 보리 등 농작물이 더 잘 자라게 되고, 수확한 보리짚은 다시 통시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음식물 쓰레기는 나오는 족족 돼지가 먹어치워서 지금 같은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 자체가 자연과 함께 했던 제주선조들의 삶의 리사이클링(Recycling) 지혜였다. 우영팟에 쇠촐 눌과 채소밭이 눈에 선하다.

2. 질산질 비료 원자재인 ‘요소’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국내 요소수 대란이 물류·산업 현장을 넘어 농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용 요소는 물론 농업용 요소까지 재고가 바닥나면서 일부 국내 비료 업체는 다음 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11월 5일 비료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질산질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뿐 아니라 염화암모늄, 질산암모늄 등 비료를 만들 때 쓰이는 다른 원료에 대한 수출규제도 강화했다. 수급 불안정, 전 세계 선편 부족 등으로 비료 원자재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2~5배 가량 오른 상황에서 원료 수급이 악화되자 LG팜한농을 비롯한 국내 비료 업계는 당장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일선 농가에 비료를 공급하는 지역농협 일부는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1인당 비료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고육책까지 꺼내들었다.
 
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업체 별로 농업용 요소 재고가 평상시의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내년 농가 주문을 대비해 생산 계획을 짜야 하는데, 연말까지 요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관협업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에 따라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국에서 최대 2.9개월 분의 차량용 요소수 물량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보유가 예정된 차량용 요소수 물량은 2.4개월치에서 5.3개월치로 늘어날 전망이다. 겨울 결빙에 필요한 제설용 염화칼슘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3. 왜 요소 대란이 일어났나?

1910년 독일의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918년 노벨화학상)교수가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질소 고정법’을 개발하고, 1922년 역시 독일의 카를 보슈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요소 생산법’을 개발했다. ‘생명’의 물질이었던 요소가 ‘산업용’ 물질로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비료로 사용되는 암모니아의 산업적 합성이다. 영국의 저명한 학자인 토마스 말사스(1766-1834)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식량부족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기우(杞憂)로 그치도록 만든 게 하버의 요소 비료 생산이다. 오늘날 요소는 전 세계적으로 2억 톤 이상 생산되는 중요한 농업용‧산업용 화학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요소 비료는 물론 멜라민 등의 요소 수지에도 쓰이고, 의약품으로도 활용된다. 암모니아·요소 합성이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버-보슈 공정(암모니아)이나 보슈-마이저(요소) 공정의 특허도 오래 전에 만료됐다. 다만 암모니아 생산에는 섭씨 400도의 열과 함께 200기압의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기 압축기가 필요하고, 요소 생산에는 섭씨 200도의 열과 150기압이 필요하다. 암모니아와 요소 합성에 필요한 금속산화철 촉매도 잘 알려져 있다. 암모니아와 요소를 하나의 공장에서 서로 연결된 공정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천연가스를 열분해하는 ‘개질(改質, Reformed) 수소’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 충전소에서 사용한 수소가 바로 천연가스를 고온의 수중기로 열분해한 개질 수소다. 세계적으로 개질 수소의 90%를 암모니아‧요소 생산에 사용한다. 석탄을 가스화하는 합성가스의 주성분도 수소일 수 있다.

오늘날 선진국은 암모니아‧요소 생산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이고, 오염 산업이기 때문이다. 인도‧러시아‧인도네시아‧파키스탄‧미국이 가장 많은 양의 요소를 합성한다. 중국의 생산량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1961년 충주비료를 시작으로 호남비료‧영남화학·한국비료 등에서 연간 상당한 양의 요소를 생산했다. 그때 서울대화학공학과는 제일 우수한 이공계 수재가 모였다. 이유는 비료공장에 취직이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때문에 경제성을 상실하면서 2012년부터는 요소 생산을 포기했다. 공과대학 인기학과도 화학공학과에서 전자공학과로 옮겨갔다. 이유는 70년대부터 KT, 삼성, LG, 현대 전자 등이 문을 활짝 열면서다. 

한 해 고작 8만 톤이 필요한 경유차용 요소수를 위해 요소 생산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요소 대란이 일어난 이유다. 해결책은 원자재 수입국이 다변화 망과 기초생필품은 자급자족하는 길을 터야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대안 기초연구를 해야 한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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