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을 통해 32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제주의소리] 취재진에게 심경을 전하던 故 오재선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8월 23일 재심을 통해 32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제주의소리] 취재진에게 심경을 전하던 故 오재선 할아버지. 고된 삶 속에서 오재선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간첩으로 내몰렸다 32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제주 고(故) 오재선 할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부(재판장 류호중)는 고인이 된 오재선 할아버지의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대한민국이 오재선 할아버지의 소송수계인인 유족 오모씨에게 1억671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직전에 제주에 온 오재선 할아버지는 16살이던 1956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가방 재단과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던 오재선 할아버지는 1983년 3월 제주로 강제소환됐다. 

제주에서 생업을 이어가던 1985년 4월 제주경찰서 대공과 수사관이 오재선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와 반국가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인물로 취급했다. 

고문 속 허위 자백으로 인해 오재선 할아버지는 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의 정보를 수집한 소위 ‘간첩’으로 조작됐다. 

1986년 12월4일 오재선 할아버지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 5년2개월 정도 수감 생활을 하던 오재선 할아버지는 특사로 풀려났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2018년 8월23일 재심 재판에서 제주법원은 32년 전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오재선 할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 직후 [제주의소리] 취재진과 만난 오재선 할아버지는 “배우지 못했지만 죽기 전에 억울함을 풀고 싶었고 여기까지 왔다. 동생과 가족들을 보며 모진 생활을 견뎠고 이제 한도 풀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오재선 할아버지는 2019년 2월14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했다. 

다만, 소를 제기한 뒤 얼마 뒤 오재선 할아버지는 남은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서 국가손해배상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별세 후에야 일부 한을 푼 셈이다. 

오재선 할아버지와 함께 소를 제기한 다른 8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오재선 할아버지처럼 불법 구금 등을 당한 다른 8명에게도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 관련 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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