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동 어촌계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제주도 “믿고 좀 더 기다려달라”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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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도두동 주민들이 집회를 열어 두 차례 유찰되며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제주하수처리장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을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민이 배출하는 절반 이상의 하수를 책임지는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이 건설 업체들이 응하지 않아 유찰되며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도청을 찾아 격하게 항의했다. 

19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도두동 어촌계 60여 명은 집회를 열고 “도두어민 고통을 외면하는 제주도정은 각성하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현대화사업을 동의했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주민들은 도두동에 하수처리장이 설치된 이후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고농도 오폐수가 바다에 방류돼 고통받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제주하수처리장은 1986년 제주시 도두동 신사수마을로 부지를 낙점하고 이듬해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어 7년만인 1994년 하루 처리량 6만톤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노형지구와 이도지구, 아라지구, 삼화지구 등 잇따른 택지개발과 대규모 건물이 들어서면서 수차례 증설됐고, 하루 처리량을 13만 톤으로 늘렸으나 이마저 한계치를 넘어섰다.

주민들은 “30여 년간 반복돼 온 고통은 우리 가슴을 멍들게 했다. 그동안 수십 차례 생태계 복원을 열망하며 민원을 제기한 끝에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이 추진되는가 싶더니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또 “제주도가 도두어촌계와의 사전협의 없이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도 청정바다로의 생태계 복원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며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했다”며 “그러나 행정의 무능함과 입찰 수탁 대행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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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도두동 주민들이 집회를 열어 두 차례 유찰되며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제주하수처리장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을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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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머리에 '졸바로 못헐거민 설러불라'(제대로 하지 못할거라면 걷어치우라)는 띠를 두르고 격하게 항의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하수 대란을 막기 위해 올해 8월 총사업비 3781억 원을 투입하는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 일괄 입찰(턴키)을 공고했지만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사전 설명회를 열고 9월 재입찰에 나섰지만 역시 유찰됐다. 건설 업체들은 공법 난이도와 빠듯한 공사비 및 기간 등을 지적하며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주민들은 “두 차례의 입찰 과정에서 응찰 업체가 없어 유찰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 제3차 입찰계획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내년 5월 중에나 실시한단다”라며 “앞선 입찰도 똑바로 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과연 3차는 잘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참고 기다리는 가혹한 세월을 더 이상 못 보내겠다. 행정도 신뢰할 수 없다”며 “제주 하수의 53%를 처리하는, 아니 잠시 머물다 바다로 버려지는 악명높은 똥물정거장 가동을 즉각 중단해 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현장에 나온 안우진 상하수도본부장은 “여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미안한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의 아픈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현대화사업을 지지해주신 만큼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대응 방안을 공단과 함께 내놓지 못해 죄송하다. 대안을 마련해 성과로 보답하겠다”며 “좋은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시 동지역 인구는 38만9141명이며 도두하수처리장 처리 규모는 34만5004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현대화사업이 추진되면 최대 44만3759명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제주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입찰금액과 전체 공사기간을 유지하는 대신, 세부 공정과 시설별 공사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입찰조건을 변경할 방침이다. 공단 측은 업체들이 요구하는 공법과 방식에 대한 검증을 우선 진행해 입찰조건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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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상하수도본부장은 현장에 나와 사과한 뒤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며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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