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 개관 20주년] 김현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코로나 이후 디지털 역할’ 강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립박물관이 박물관 생태계에 디지털 역할을 포함한 새로운 가능성의 바람을 일으키고 이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계적 감염병 이후 시대 국립제주박물관의 환경과 미래’ 심포지엄에서 김현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공간연구실 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19일 오후 2시 국립제주박물관은 복합문화관 2층 교육실에서 ‘세계적 감염병 이후 시대 국립제주박물관의 환경과 미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주제로 한 1부에서 김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디지털 환경 변화와 국립제주박물관’을 발표하며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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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공간연구실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디지털 환경 변화와 국립제주박물관’을 발표하며 국립박물관이 박물관 생태계에 디지털 역할을 포함한 새로운 가능성의 바람을 일으키고 이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 연구원은 세계적인 팬데믹 이후에 벌어지는 뉴노멀(Newnormal) 전략에 대해 박물관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촉발된 디지털로의 전환은 박물관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이자 과업인 동시에 박물관 전략에 대한 새로운 맥락을 제시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박물관이 코로나 때문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으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난해 국립박물관이 폐쇄되면서 모든 전시와 교육이 마비됐고 그나마 찾아왔던 방문객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이 문을 닫아도 유지는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객 수요다. 1년간 코로나로 개폐를 반복하는 혼란을 겪으며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됐다”며 “위드코로나로 현재 박물관이 문을 열었지만, 아직도 가도 되는지 의문 가진 분들이 많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코로나 이전부터 스마트 박물관 개념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수집하는 등 전략을 준비하며 변화했지만, 이 과정에서 관람객의 경험을 고려했는가는 의문”이라며 “이제는 긴 호흡으로 어떻게 관람객에게 다가갈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 같은 거시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박물관은 어떻게 매력적인 관광 요소로 굳건하게 사회적 변화와 조우하며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디지털로 확장될 수 있다면 연계하며 사회적 가치를 녹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박물관의 사회적 가치를 △컬렉션의 가치 △연결의 가치 △교육적 가치 △경험적 가치 △경제적 가치 등 5가지 항목으로 나눠 설명했다. 

컬렉션의 가치에 대해서는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 연구하는 단어적 의미의 보관의 가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관람객과 소통하고 활용하는 콘텐츠적 가치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박물관의 기능이 소장품을 통한 관람객과 전문가의 지식 고양이었다면 디지털 체험을 받아들인 현재는 시각적인 해독과 이를 통한 감화, 즉 감성적 체험을 경험할 기회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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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국립제주박물관은 복합문화관 2층 교육실에서 ‘세계적 감염병 이후 시대 국립제주박물관의 환경과 미래’ 심포지엄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그는 “박물관의 디지털 아카이빙 영역은 단순한 소장품 정보의 관리가 아닌 컬렉션의 디지털 콘텐츠 관리 및 활용의 관점에서 현재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컬렉션이 보관의 가치가 아닌 활용의 가치로 전환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대간의 문화적 소통을 고민하는 ‘연결의 가치’, 어린이와 가족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을 포함한 평생교육 장소로의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육의 가치’를 설명했다. 

경험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공평한 문화예술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극 디지털 세대’로 불리는 MZ세대의 놀이와 유희적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문화유산의 가치를 고양하고 이를 탐색하는 엄숙하고 진지한 공간의 박물관이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들의 경향을 반영해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놀이문화의 집결지로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되 공통의 이슈와 관심사를 찾아내는 것이 주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는 “박물관이 지역의 대표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소비 공간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며 “앞서 언급한 컬렉션, 연결, 교육, 경험의 가치가 모두 합쳐질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 상황에서의 급속한 디지털 전환은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제는 박물관이 위기 대처에 급급했던 시기를 지나 주체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물관에서의 경험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장소, 그리고 기회로서 다시금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1부 ‘국립제주박물관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2부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과 미래’ 전망 등 두 가지 대주제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김홍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공간연구실 부연구위원 ‘지역문화 활성화에 있어 박물관의 역할’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 ‘지역 관광 트렌드와 박물관의 변화’ △김현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공간연구실 연구원 ‘코로나 이후 디지털 환경 변화와 국립제주박물관’ 등 발표가 진행됐다. 

1부 발표에 대한 질의는 △최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과 학예연구관 △홍성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장은정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박물관과 학예연구관이 맡았다. 

2부는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 ‘제주학의 지평 확장을 위한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 △진정환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섬 문화, 국립제주박물관의 특성화 방향’ △종합토론 등이 이뤄졌다. 

2부 질의는 △김진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박용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민속자연사연구과장이 담당했으며, 종합토론 좌장은 △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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