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원리를 세상살이에 적용하다
부동산 원리를 세상살이에 적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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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석의 부동산경제] 신출내기 강사의 제주도 적응기

# 부동산은 지역 환경에 적합해야

부동산은 세상살이와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 중에는 사람의 특성과 꼭 닮은 것이 있고, 부동산에 적용되는 원리가 세상살이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부동산 가격원칙 중에 '적합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부동산의 가치가 최고도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그 부동산이 속한 지역의 환경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의 가격이 최고가 되려면 해당 부동산의 용도가 주변 다른 부동산의 용도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은 주거지역에 있어야 가격이 최고가 되고, 상점은 상업지역에 있어야 가격이 최고가 되며, 공장은 공업지역에 있어야 가격이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주택이 공업지역에 있으면 가격이 최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은 쾌적성이 좋아야 가격이 높아지는데, 공업지역에다 주택을 지으면 쾌적성이 나빠져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가령 쾌적성이 좋은 주거지역에 있었더라면 5억 정도 받을 수 있는 고급주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장 옆에 있으면 3억 받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택을 지을 때는 주거지역에다가 짓고, 공장을 지을 때는 공업지역에다 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은 건물이라면 용도를 결정할 때 주변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주거지역 내에 있는 건물이라면 그 건물의 특성을 따지기 이전에 주변지역의 여건상 주택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고, 또 공업지역에 있는 건물이라면 그 구조가 어찌 되었든지 일단은 공장으로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 강사는 수강생에 맞춰야

아내와 결혼해서 제주로 내려온 지 6년이 되었다. 낯선 땅에 내려와 낯선 사람들과 접해서 산 지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주에 내려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의 일이었다. 9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수험서를 일일이 다 강의할 수가 없는 관계로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날도 역시나 핵심 내용을 강의하고 나머지 부분은 집에서 한 번 읽어 보시라고 하였다. 그 때 강의실 저 뒤편에서 한 수강생의 거칠고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주 사람들의 말투가 좀 거친 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옆에 것도 설명해 줍써!"
(표준말: "그 옆에 내용도 설명해 주세요.")

정말로 거침없이 거칠고 우렁찬 목소리였다. 반사적으로 눈을 들어 보니 목소리 못지않게 인상도 역시나 거칠어(?) 보였다. 순간 왜소한 체구에 서울서 갓 내려온 신출내기 강사는 온 몸에 전기가 쫙 흐르면서 등줄기로 땀이 흘러 내렸다.

풋내기 강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러니까요…그게…주어진 시간 동안 책의 내용을 다 할 수가 없으니까요….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넘어갈 수밖에 없어서…."

여기까지 말한 다음 다시 한번 그 수강생의 표정을 살폈다. 그 분의 표정은 전보다 더욱 굳어졌다. 평소 여린 마음에다 잔뜩 긴장한 강사는 바로 설명에 들어갔다.

"예, 그건 이런 내용입니다…."

설명을 마치고 큰 사고(?) 없이 그 시간을 마무리했다. 10분 쉬는 시간 동안 생각했다.

'수강생들이 원하는 대로 하자.'

강사는 수강생들의 필요를 채우고, 수강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수강생은 가게의 손님이다. 손님의 요구에 맞추자. 이것이 바로 적합의 원칙이다.

그래서 그 다음 시간에는 책의 내용을 전부 다 다루기로 했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도 빠짐없이 설명을 했다. 그런데 그 수강생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제는 다른 수강생들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한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 그 수강생과 나는 서로 동문서답을 주고받았다. 그 수강생의 말은 이런 의미였다.

"지금 설명하신 건 이해하겠는데요, 그 옆에 있는 내용도 좀 설명해 주세요."

   
 
 
그 수강생은 특히 그 부분이 궁금해서 질문했던 것이지 왜 책의 전부를 가르쳐주지 않느냐고 따졌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수강생은 전혀 거친 말투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에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막 내려온 신참 강사는 그 말을 이렇게 알아들었다.

"그 옆에 있는 내용은 왜 안 가르쳐 줍니까? 빼먹지 말고 전부 다 설명해 주세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때는 그런 문제들로 강의를 계속 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이 적응하고 많이 변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강사가 수강생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홍용석 님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전략재무실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노동부 직업상담원을 거쳐 현재는 제주시에 있는 공인중개사전문학원에서 부동산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초보용 부동산 투자입문서인 '이런 부동산에 꿈을 묻어라'를 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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