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나들목 건들개, 다시피다] (4) 지역과 협업으로 만든 댄스컬 ‘만덕상회’

22일 제주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댄스컬 '만덕상회'. ⓒ제주의소리
22일 제주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댄스컬 '만덕상회'. ⓒ제주의소리

21일 오후, 제주 한라아트홀에서 판타지 댄스컬 ‘만덕상회’가 펼쳐졌다. 거리두기를 위한 비워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좌석이 꽉 찼다. 

만덕상회는 의인 김만덕의 나눔의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무용극이다. 의인 김만덕이 환생한 뒤 신들의 옷을 만드는 양장점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유쾌한 전개로 의인의 지닌 나눔과 헌신의 정신을 풀어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인 제주극장 사회적협동조합은 구현해내는 방식과 20곡의 OST 작곡과 편곡까지 몇 달 동안 늦은 밤과 새벽 연습을 이어가며 이번 작품에 공을 들였다. 이번 공연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다. 무대, 음악, 구성 등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짜임새가 빛났다. 공연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의 모습, 공연 뒤에도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정말 재밌었다,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말하는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빛이 발했다. 제주시 건입동에 살고있는 제주동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5학년 오나윤 학생은 “평소 학교에서도 김만덕 할머니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존경하고 있었는데 김만덕 할머니를 주제로 연극을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사람들이 김만덕 할머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학년 고도균 학생은 “쓰러져 있는 장면에서 우리가 등을 들고 살리는 천사들 역할을 하게 됐다”고 역할을 설명하며 “오늘 무대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제주극장 이사장은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게 신나는 일이었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댄스컬을 위해 모든 참여자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이번 공연이 일회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댄스컬은 제주극장과 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손 잡고 시도하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이후 만덕상회의 시즌2를 지역 곳곳에서 작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주민이 어떻게 창작물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동체와 예술가들이 공존하고 연결될 수 있는 지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제주극장이 이번 공연에 앞서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 ‘리듬 인 더 건입동’은 이 같은 지향이 녹아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춤의 배경은 건입동에 있는 등대, 식당, 슈퍼, 이발소, 세탁소 등이다. 마을주민들도 출연한다. 이 낯선 마주침을 주민들은 흥미롭게 바라보고, 참여했다.

연출은 맡은 오상운 제주극장 이사는 “지금까지는 김만덕의 일대기를 서사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있었다면, 만덕상회는 만덕을 친근한 인물로 나타낸 창작물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만덕상회가 다양한 지역의 단체도 만나고,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게 되는 등 다양하게 확장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공연 전 만난 만덕상회 출연진. 제주극장사회적협동조합과 제주동초등학교 아이들이 함께 오랜기간 합을 맞췄다. ⓒ제주의소리
공연 전 만난 만덕상회 출연진. 제주극장사회적협동조합과 제주동초등학교 아이들이 함께 오랜기간 합을 맞췄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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