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위기를 기회로] (2) 화가 고은-장윤영의 핸드메이드 메이커 과정으로 ‘꿈에 한발짝 더’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핸드메이드 창업 과정에 참여한 장윤영(왼쪽)씨와 고은경 씨.ⓒ제주의소리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 양성 과정에 참여한 서양화가 장윤영(왼쪽)과 한국화가 고은.  ⓒ제주의소리

제주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양성 과정에 참여한 고은(50)과 장윤영(44)은 화가다. 제주가 고향인 고은은 한국화를 전공했고, 제주에 정착한지 6년째인 장윤영은 서양화를 전공했다.

두 사람은 화가로서 오롯이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는 전업작가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술품을 창작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전업 작가는 모든 예술인들의 꿈이겠지만 그녀들은 미대를 졸업하고 나서 단 한번도 온전한 전업작가로 활동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약 5% 이내의 소위 잘나가는 유명 화가들을 제외하면, 오롯이 그림만 그리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전업작가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란다. 그동안 그녀들은 작품 활동 틈틈이 방과후 강사, 미술학원 강사나 과외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다.

두 작가는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고용노동부와 제주도 지원으로 운영한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 양성 과정'에서 연을 맺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예분야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고은 작가는 "꾸준하게 작품활동에만 매진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전업작가가 되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이번 핸드메이드 메어커 창업 교육은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알게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3개월여 동안 창업 과정에 대한 수업, 시제품 개발, 홍보 마켓팅, 창업 컨설팅 등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 하나 배워나갔다"며 "처음에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창업이라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핸드메이드 창업 과정에 참여한 장윤영(왼쪽)씨와 고은경 씨.ⓒ제주의소리
 한국화가 고은 씨. 화가 고은은 그동안 줄곧 제주 어느 골목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슬레이트 지붕의 옛 돌집과 동백·수선화 등이 어우러진 따뜻한 풍경의 '제주의 옛집'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은 작가의 핸드메이드 작품, 장윤영 작가의 핸드메이드 작품
고은 작가의 핸드메이드 작품.

그는 당장 공방을 열고 창업하는 대신 자신의 그림을 머그컵이나 쿠션, 엽서, 아트북에 담는 작업을 핸드메이드로 하면서 일반 편집숍이나 미술관 박물관 등의 아트숍에 납품하려고 노력 중이다. 자신만의 소위 '굿즈(goods)'를 만들어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작품이 널리 향유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양성 과정이 5개월 정도 됐는데 그동안 시일이 촉박해 쫓기듯이 이뤄져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조금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주 이주 6년차 서양화를 전공한 장윤영 작가도 입시 미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화가로서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고 싶어도 당장 생활에 치여 꿈도 꾸지 못했다. 여전히 그의 마음에는 작품에 대한 욕구가 끓고 있다.  

장 작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항상 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우연히 아는 분을 통해 그림작업으로도 핸드메이드 메이커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창업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됐다"고 프로그램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핸드메이드 창업 과정에 참여한 장윤영(왼쪽)씨와 고은경 씨.ⓒ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에 '레비스트의 그림가게'를 창업한 장윤영 작가. 서양화를 전공한 제주 이주 6년차인 장 작가는 이제 전업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발을 막 떼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은 작가의 핸드메이드 작품, 장윤영 작가의 핸드메이드 작품
장윤영 작가의 핸드메이드 작품.

장 작가는 "다른 분들은 여러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았지만 저는 경험도 부족해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 지 몰라 멘붕이었다"며 "창업과정 수업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시제품 개발도 힘들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 참여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장 작가는 "머리 속에서만 늘 꿈꾸고 상상해왔던 나의 공방이 현실에서 만들어졌다"며 "애월읍 애월리에 '레비스트의 그림가게'라는 공간을 창업하게 돼 꿈만 같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또 "아주 작은 그림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이었다. 누구나 부담없이 소소하게 적은 돈으로도 작품을 살 수 있는 그림가게를 창업하게 됐다. 제 꿈의 절반은 벌써 이루었다"며 연신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화가 고은과 장윤영은 "물론 지금도 온전히 작품활동만 해서 먹고 살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점점 줄여나가고 작품활동에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가도록 하겠다"며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 양성과정이 큰 도움이 된 만큼, 다시 심화 프로그램도 생긴다면 반드시 재참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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