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작가 “문 대통령에 공개서한 보낼 것”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북콘서트에 참석한 김홍모(사진 우측 맨 끝) 작가와 김동수 씨, 아내 김형숙 씨 모습. ⓒ김홍모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김동수 씨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를 출간한 김홍모 작가는 최근 열린 북토크 자리에서 만난 시민들로부터 수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안에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하며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촛불정부가 세워지고 나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는 허탈감에 빠져 기대조차 없어졌습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최소한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 분들을 만나서 진정한 위로의 말씀이라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약속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유한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잊히지 않도록 국민들도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증언할 겁니다. 말의 무게와 책임을 지키시기를 촉구합니다."

시민들이 건넨 편지에 대해 김 작가는 "나 역시도 수백만 촛불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만큼 적어도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서만큼은 최선을 다할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대통령 임기가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상규명은 고사하고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가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개서한을 통해서라도 이를 알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책 출간 후 전국을 돌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 때마다 시민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편지를 받고 있다. 지난 17일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나를 포함해 세월호를 아파했던 많은 분들이, 8주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할 수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하며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김홍모의 발걸음... 용산 참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김홍모 작가가 시민들에게 받은 공개서한. 시민들은 김 작가의 북토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작성했다.
ⓒ김홍모 작가 제공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아래 《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김홍모 작가가 겪은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수료한 그는 이후 충분히 편한 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도 굳이 제주까지 내려가 정착한 뒤 어려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김 작가가 기획해 동료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 《내가 살던 용산》이다. 용산 참사 발생 1년 뒤,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 만화로 살려냈다. 이후 김 작가는 다시 한 번 용산참사에 집중해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사회성 짙은 작품인 《빨간약》을 선보였다. 그 다음 작업으로 택한 것이 세월호 참사 생존자 이야기를 다룬 《홀》이다.

김 작가는 "그동안 피해 왔던 자료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아이들이 찍은 영상도 (슬픔을) 꾹꾹 참으면서 봤다"면서 "작업 과정에서 이명과 난청도 생기는 등 어려움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세월호의 아픔을 매일매일 직면하면서 시나리오를 이어왔다"라고 작업 과정을 회상했다. 

김 작가는 이번 만화를 위해 김동수 씨와 그의 가족들을 만나며 2년이 넘게 준비 작업에 매달렸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에는 1년 동안 웹툰 플랫폼에 원고료 없이 무료로 연재 활동을 했다. 그러다 지난 3월 마침내 알라딘 북펀딩을 통해 책을 낼 준비를 마쳤다. 당시 북펀딩에는 일반 시민 1000여 명이 동참해 1700만 원 넘는 금액이 모였는데, 그 자체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뒤늦게 책 본 김동수씨가 '고맙다' 하더라"

《홀》은 세월호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침몰 원인이나 가설 등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참사의 생존자 김동수씨와 그 가족들이 그날 이후 겪은 경험만 담아냈다. 김 작가는 "나는 이 책을 통해 희망을 찾고 싶은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 생존자들, 그들이 결국 마지막에는 희망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일까. 김 작가는 책의 말미 세월호 참사 후 그날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김동수를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잡아끄는 부인과 두 딸을 강조한다. 실제로 책은 어둠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생존자 김동수를 남은 가족들이 잡아끌어 올린 뒤 부둥켜안으며 버텨내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을 두고 김 작가는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한의 희망치"라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행인 것은 김 작가의 책이 공개된 뒤 김동수 씨와 가족들, 나아가서는 트라우마를 겪는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작가는 "책이 나온 뒤 김동수 씨와 가족들은 수개월 동안 책을 읽지도 못했는데, 최근 책을 읽은 김동수 씨가 고맙고 고생했다는 말을 전해왔다"면서 "김동수 씨의 아내도 그렇고 딸들도 '고맙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족이 겪는 트라우마가 치료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 부분이 가장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씨. ⓒ이희훈    

책에서 '민용 씨'로 언급된 김동수 씨는 제주에서 화물차를 모는 기사다. 2014년 4월 육지에서 일을 마치고 동료 기사들과 함께 인천항에서 제주행 세월호에 탑승한다. 그러나 4월 16일 아침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동료들과 탈출하려던 중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주저하지 않고 소방호스를 이용해 세월호 홀에서 학생들을 끌어올렸다. 김씨는 그렇게 스무 명을 구해냈고 최후의 순간 본인도 구조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후의 일상은 나락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더 많은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라는 부채감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극심한 불안은 결국 여러 차례의 자해로 이어졌다. 그때마다 김씨는 "한 놈만, 한 놈만이라도 진실을 말하고 사과하라"며 절규했다.

김동수 씨가 살고 있는 제주에는 24명의 세월호 참사 생존자가 있다. 대다수가 참사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김동수 씨를 포함해 제주도에 거주하는 세월호 생존자 15명이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유인데, 현장에서 김씨 아내 김형숙 씨는 "남편이 정신과 약 16일 치인 30~40알을 한 번에 먹고 쓰러졌다"며 "응급실에 갔더니 의사가 기계적으로 '죽으려고 먹었냐' '왜 먹었냐'고 묻더라. 남편은 살고 싶어서, 견디기 위해 약을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3월 마련된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는 "배상금, 위로지원금 및 보상금의 지급신청은 이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라고 적시됐다. 이로 인해 당시 피해자들은 불완전한 상태의 후유장애진단서를 제출해야만 했고 이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지겹다는 분들, 책 보면 달라질 거다"

지난 4월에 출간된 김홍모 작가의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표지. ⓒ김홍모 

이날 통화에서 김 작가는 "생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100%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면서 "국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마지막까지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분들이 이 책을 꼭 봤으면 좋겠다"면서 "이 책을 보고 나면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에 대해 알게 될 거다. 악의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이상 책을 보고 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홍모 작가는 이번 주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편지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공개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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