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위기를 기회로] (4) 공방 멘글앙, 륜, 제주재봉틀

그녀들의 공통점은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남달랐고, 자신의 꿈 실현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도전 과정에서 스스로 존재의 의미나 정체성까지 찾아냈고, 정성스러운 엄마의 마음까지 도전에 담아내고 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에는 그녀들의 성실한 땀이 흠뻑 배어 있다. 

공방 멘글앙 이혜영(42) 대표,  륜공방 허승혜(45) 대표, 제주재봉틀 김미숙(39) 대표. 그녀들의 일과 삶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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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공방 멘글앙. ⓒ제주의소리

자수 넣은 앞치마 등 제작 공방 멘글앙

공방 멘글앙을 운영하는 이혜영(42) 대표는 서울에서 자라 대학에선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서울에 있는 수제 인형 회사에 다니던 이 대표는 2016년 제주 이주를 결심했다. 극심한 아토피를 앓던 5살짜리 딸을 위해서다.

청정한 제주에 살면서 딸 아이의 아토피는 점점 완화됐다. 얼마전에는 일상과 같았던 병원 방문 치료도 끊었다. 사실상 완치된 셈이다. 

딸 아이가 건강을 되찾자 이 대표는 가족을 위해 가슴 속 한켠에 넣어뒀던 자신의 꿈을 되새기게 됐다. 

어릴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손재주가 남달랐던 이 대표는 의상디자인 전공까지 살려 자수를 중심으로 하는 공방 오픈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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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글앙 이혜영 대표가 자수에 쓰이는 실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꼼꼼한 준비 끝에 2020년 초 '멘글앙 공방'의 문을 열었다. 멘글앙은 멘글다(만들다)라는 제주어에서 따온 것으로 '만들어서(멘글앙)'라는 뜻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오픈한 공방은 시작부터 어려움과 마주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자수 강의 등 정상적인 공방 운영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을 보내던 중 올해 상반기 이 대표는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양성 과정을 알게 됐다. 공방 창업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창업양성 과정의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스스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방을 오픈했다는 점을 뼈져리게 느꼈다.  

고용노동부와 제주도가 지원한 창업양성 과정의 교육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예분야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들을 위한 맟춤형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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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대표가 멘글앙 공방에서 만든 제품들 ⓒ제주의소리

교육을 통해 이 대표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과 마케팅 방법 등에 대해 배웠고,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 생산까지도 고민하게 됐다. 결국 최근에 시제품도 완성했다. 

이 대표는 앞치마와 다회용 티슈에 프랑스 자수를 넣었다. 자수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등을 담아냈다. 이 대표의 시제품은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같이 원데이 클래스와 정규과정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교육을 통해 동영상 편집 방법 등도 배웠다. 자수 등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중이다. 인화로협동조합 교육을 받은 이후 공방 운영이 더욱 체계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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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삼화지구에 위치한 륜공방. ⓒ제주의소리

소창 활용하는 륜공방 

륜공방의 허승혜(45) 대표도 서울 태생이다. 그녀가 제주로 이주한 건 지난 2005년으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려고 제주로 삶의 공간을 옮겼다. 

이후 2007년 제주에서 결혼해 아이를 키우던 허 대표는 제주의 모든 것이 너무 좋았다. 서울에서만 자란 허 대표에게 제주는 마냥 좋은 곳이었다. 

사무직으로 직장 생활을 하던 허 대표는 아이를 낳게 돼 육아에 집중하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던 ‘바느질’이 계속 머리에 떠올랐다. 

고심하던 허 대표는 아이가 5살이 된 2016년 지금의 륜공방을 오픈했다.

취미생활로 즐기던 바느질을 업으로 삼게 되자 허 대표의 삶은 조금씩 바뀌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소위 ‘월요병’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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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혜 륜공방 대표가 제작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래도 걱정이 컸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고 있지만, 돈벌이가 중요했고, 그러던 중 올해 인화로협동조합의 교육을 알게 됐다.

이미 창업한 자신은 참여가 불가하다고 생각하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가능’이었다. 

올해 뒤늦게 교육에 합류한 허 대표는 많은 것을 배웠다. 교육을 받을수록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당초 허 대표는 공방을 시작할 때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했다. 열심히 좋은 제품을 만들다보면 잘 될 줄 알았지만,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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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공방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제품들. ⓒ제주의소리

“예쁜 것을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예쁘게 만들자”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허 대표는 면직물 소창을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시제품으로 제주의 ‘동백꽃’을 담은 핸드 타월 등을 만들었다. 

또 매일매일 공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허 대표는 “A라는 제품이 있다고 가정할 때 사람들이 ‘A제품하면 륜공방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인화로협동조합에서 교육을 함께 받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모임도 주선해주고 있다. 교육을 받은 뒤 공방 운영이 더욱 체계화됐다”고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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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무근성에 위치한 제주재봉틀에서 만들어진 제품. ⓒ제주의소리

패브릭 제품 제작법 교육 위주 제주재봉틀

제주 출신인 소잉디자이너 제주재봉틀 김미숙(39)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다 첫째 아이를 낳으면서 남편에게 재봉틀을 선물 받았다. 

평소 바느질 등 손재주가 좋았던 김 대표는 천연 소재 등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 옷을 직접 만드는데 선물 받은 재봉틀을 활용했다. 

재봉틀로 무엇인가 만들던 김 대표는 재미에 푹 빠졌고, 2016년 제주재봉틀 공방을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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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재봉틀 공방을 운영하는 김미숙 소잉디자이너. ⓒ제주의소리

공방을 오픈한 김 대표는 제품 판매보다는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고민에 빠졌다. 1인 기업으로서 자신이 하는 교육이 맞는 것이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또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지 못하면 자신도 뒤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중 인화로협동조합의 교육을 알게 돼 올해 참가했다. 

교육에서 마케팅과 크리에이터 교육 등을 받은 김 대표는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고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과 같은 업종 뿐만 아니라 도자기 제작자 등과 교류하면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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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재봉틀 김미숙 소잉디자이너가 제작한 조끼. ⓒ제주의소리

김 대표는 요즘 동영상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제품 판매가 아니라 인화로협동조합에서 배운 크리에이터 교육을 토대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 등으로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준비 없이 자영업에 도전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체계적인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공방에 동영상 크리에이터를 접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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