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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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20년 전 제주 강간사건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재판부가 감형해주지 않았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등) 등 혐의로 기소된 한모(57)씨에게 24일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공개 8년과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또 1심에서 인용된 10년간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부착도 유지됐다. 

한씨는 20년전인 2001년 3월5일 서귀포시내 가정집에 침입해 A씨를 강간해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목격자와 CCTV 등을 확보하지 못해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지뭉치 5조각이 남아있었다.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2010년 제정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DNA법)’로 피의자가 특정됐다. 

DNA법 제정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재분석을 시작했고, 2019년 3월 제주 강간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뭉치의 DNA가 한씨와 동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4년 제주를 떠난 한씨는 2009년까지 인천과 경기, 서울 등 지역에서 강간 등 범행으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아 교도소에 복역중이었다. 

검찰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영구미제로 남을뻔한 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올해 3월 한씨를 기소했다. 

1심에서 한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20년이나 지난 휴지뭉치에서 나온 DNA가 오염됐을 가능성과 함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4년에 전자발찌 부착 10년 등을 선고했다. 

한씨가 다른 범행으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아 복역중이지만,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제주 강간사건이 병합됐다면 당시 재판부가 징역 22년을 선고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과 한씨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한씨의 경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감형되지 않았다. 사법부 양형기준에 범행 자백은 유리한 점으로, 범행 부인은 불리한 점으로 참작된다. 

왕정옥 부장판사는 “피고인(한씨)이 항소심에서 자백했지만, 한씨의 자백만으로 감형해주기 어렵다. 또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돼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부착도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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