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병으로 눈을 감은 제주 출신 재독 피아니스트 한가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지병으로 눈을 감은 제주 출신 재독 피아니스트 한가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예술가로서 제주4.3을 알리기 위해 힘쓴 제주 출신 재일동포2세 피아니스트 한가야 씨가 최근 독일에서 별세, 24일 고향 제주에 안장됐다. 향년 63세. 

열정적인 무대로 객석을 사로잡던 고인은 안타깝게도 1년여 암과의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고인의 유해는 약 한 달 전 독일 현지에서 화장한 후 가족과 함께 귀향했다.

고인은 일본 도호음대 수석 졸업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음대로 유학했다. 독일 칼스루에국립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동·서양을 넘나들며 음악 활동을 펼쳤다.

제25회 전독일 콩쿠르,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음악 콩쿠르, 제44회 주네브 국제 콩쿠르(1등) 등에 입상했다. 핀란드 쿠호모음악제, 독일 베를린음악제, 하노버 현대음악제 등 세계 각지에 초청돼 연주 활동을 벌여왔다. 1993년 제주 독주회를 시작으로 통영음악제 등 활발한 국 내연주회도 이어왔다. 

고인은 4.3의 광풍 속 고향 북촌을 떠나 작곡가, 성악가, 지휘자로 활동한 재일음악계의 대부 한재숙 선생의 장녀다. 딸 한애나(23) 씨도 독일에서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3대 예술가 가족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한재숙의 ‘망향제주’ 제주 연주회에서는 3대가 한 무대에서 도민과 만난 바 있다. 

이런 가정사를 바탕으로 한가야는 제주4.3의 아픔에 깊이 공감해왔다. 고인의 청으로 작곡가 박영희가 지은 4.3진혼곡 ‘목마르다’ 연주, 허영선 시인의 시 ‘무명천할머니’에 곡을 입힌 ‘바다의 곡’ 연주 등 살아 있는 동안 4.3의 아픔을 위무하고 세계에 알리는데 힘썼다.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 아이러브 아트홀에서는 동료 지인 등 40여 명이 모여 ‘한가야를 보내며’ 콘서트로 고인을 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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